‘공천 부적격자’ 당규 손질 안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1-28 16: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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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명시한 당규를 제 입맛에 맞게 손질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자신들이 스스로 제정한 당규에 명시돼 있는 공천 부적격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

    현행 당규 9조에는 공천 부적격 기준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을 계속 벌이고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에 연루된 자' 등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 조항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 쇄신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비록 같은 해 7월 당 전국위원회에서 논란과 진통을 겪었으나,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각오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을 당선 시킨 정당이라고 해서 오만에 빠졌는지, 이를 손질해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현재 당 내에서는 공천 부적격자 조항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급기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사면.복권된 사람에 대한 예외 조항을 따로 둬야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같은 주장이 타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당 쇄신을 위해 만든 규정을 단 한 번도 적용해 보지 않은 채 벌써 용도폐기 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소리인가.

    아무리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고, 대통령까지 당선시킨 정당이라고 해도 끝내 민의를 저버릴 때는 유권자들의 엄정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이 조항을 한번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 김덕룡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이 이 조항으로 인해 공천을 못 받더라도 강행해야 한다.

    김 최고위원은 1996년 수뢰 사건으로 2000만원의 벌금형을, 김현철 씨는 1998년 한보비리 사건에 연루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2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또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 당선인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덕룡 의원은 부인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이는 이른바 `차떼기 정당'에서 환골탈태하는 이미지에 역행하는 행위로 오만방자한 행위라는 국민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김 최고위원의 경우 1996년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사면.복권이 된 데다 지난 16∼17대 총선에 잇따라 공천을 받았으며, 김현철 씨도 1998년 사건으로 이미 사면.복권됐다는 점에서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선 때부터 줄곧 ‘원칙’을 강조했던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계파 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원칙을 깨라’는 요구를 해서는 곤란하다.

    당규의 공천 부적격자 조항은 새로운 공천심사 기준이다.

    물론 이는 소급입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공천심사 때부터 엄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특히 현재 당 윤리위에서는 부패로 기소되면 당원정지, 형 확정시에는 제명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당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자 ‘정도’가 아니겠는가?

    물론 이 같은 원칙은 당연히 이명박 당선자 측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이는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만일 당헌·당규상에 적시된 ‘공천 부적격자 기준’의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이명박 측과 박근혜 측이 은밀하게 축소하는데 합의 해 버린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그가 누구든, 그리고 그가 어느 계파에 속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인물을 공천하면, 결국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필요하다면, ‘물갈이’가 70%든 80%든 국민들은 대 환영이다.

    다만, 개혁공천을 빌미로 특정 계파 사람들을 배척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모쪼록 개혁공천의 미명하에 박근혜 계파 사람들이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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