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인수위를 보며

    기고 / 시민일보 / 2008-01-30 18: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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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낙 연(대통합신당 국회의원)
    저는 5년 전 이맘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변인으로서 날마다 인수위에 출근했습니다. 10년 전 이맘때에 저는 신문기자로서 김대중 당선자의 인수위에 들러 직접 취재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인수위에 관한한 저는 꽤 익숙한 편입니다.

    이명박 인수위는 꽤 어수선하게 느껴집니다. 대단히 이른 시기에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인수위의 모든 것이 비판받는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역대 인수위에 비해 이명박 인수위가 더 광범한 비판을 더 이른 시기부터 받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인수위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우선 김대중 인수위가 조심스럽게 일했습니다. 김대중 당선자의 스타일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외환위기로 IMF 위기의 극복이 누구에게나 최우선의 과제였습니다.

    김대중 당선자는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습니다. 최초의 정권교체를 당한 측에서 보면 당선자나 인수위를 향해 뭔가 시비를 걸거나 공격을 하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IMF 상황과 당선자의 일하는 방식 등이 인수위를 여론의 비판으로부터 많이 보호해 주었습니다.

    노무현 인수위는 일부 보수언론과의 긴장 속에서 출범했습니다. 보수언론의 공격은 인수위 출범 이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조심스럽게 시작됐습니다. 공격의 표적도 노무현 당선자의 언동에 집중됐습니다.

    노무현 인수위는 광범한 의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요란스럽다면 요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뒤뚱거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명박 인수위가 이처럼 뒤뚱거리는 것으로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일하는 방식에서 연유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대중 인수위는 IMF 상황과 당선자의 용의주도함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노무현 인수위는 정책 노선과 인력 탱크의 계승과 확대가 바탕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이명박 인수위는 정책 노선과 인력 탱크의 전면적 단절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명박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의 거의 모든 중요정책들을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를 놀랍게도 닮아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인수위 시절의 어느 날 진보적 신문사를 불쑥 방문했습니다. 대변인인 저도 사전에 전혀 몰랐습니다. 당선자는 “대변인이 반대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그런 행동이 그러잖아도 비우호적이었던 보수언론을 얼마나 자극했을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돌연 취소했습니다. 그 대신에 GM대우자동차 인천공장을 찾았습니다.

    이명박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에 관한 공청회를 열면서 진보적 교육단체들을 굳이 배제했습니다.

    이명박 인수위는 진보적 교육단체들을 공청회에서 배제하는 대신에 다른 참가자들을 하루 전에 따로 소집해 뭔가를 사전 협의했습니다. 공청회를 코드에 맞게 기획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을 만도 합니다. 노무현 정부를 ‘코드 정부’라고 비판했던 사람들이 또 다른 ‘코드 정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은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잘못’으로만 본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인수위는 지난 10년을 ‘잘못’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들이 10년의 잘못을 바로잡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정도(程度)의 선택입니다. 선택은 희생을 수반합니다. 지난 10년의 정부가 선택한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일정한 희생을 지불한 것은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가 선택하는 정책으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희생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명박 당선자도 인수위도 그런 기류를 이미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슨 정책을 선택하든 그 선택의 그늘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런 눈물이 시대의 멍에가 되곤 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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