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칙 바로서는 윤리행정 펼쳐 ‘유리알 도시’ 만들터
여성·노인·소외계층 더불어 살아가는 생산적 복지 제공
유화선 파주시장은 최근 시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변화와 경쟁의 도시답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교하신도시 건설사업, LCD클러스터 조성사업, 도로개설 등 차질없는 도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 것을 강조했다.
특히 타 시·군·구의 ‘파주배우기 행렬’이 연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잘 나가는 도시 파주’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으며 도시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한 해라고 자평했다.
유 시장은 올해 ‘기본을 다지자’라는 시정화두를 통해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도시를 조성해 최첨단 친환경 고품격의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성장할 계획이다.
다음은 유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이다.
▲파주시는 올해에도 잘 나갈 수 있을까요. 어떤 방침을 갖고 시정을 이끄실 겁니까?
올해엔 ‘기본을 다지자’는 걸 시정의 화두로 정했다. 영어로는 Back to the Basics가 됩니다만, 2008년은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고 기본을 다지자는 해를 만들고 싶다. 파주시가 시정 슬로건으로 쓰고 있는, ‘변화와 경쟁’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다시 출발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에 들뜨지 않고 차분하고 겸손하게 ‘파주의 길’(Paju Way)을 걷자는 게 제 생각이다.
▲기본을 다지겠다고 하는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습니까?
지난 몇 년간 파주는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래서 잘 나가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뜨고 있는 도시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잘 나간다’는 평가에는 항상 함정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잘 나갈 땐 성공의 달콤한 맛에 취할 수 있다. 취하면 보이지가 않는 법이다. 술에 취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성공의 달콤함에 취한다는 건, 말하자면 자아도취다.
자기 자신에게 취하면 어떻게 되나? 들뜨게 되고 자만심과 게으름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이 붕 떠있고 자만심과 게으름에 빠지면 또 어떻게 되나. 일을 대충대충 건성건성 하는 습성을 가져오게 된다. 또 다른 사람들, 밖으로부턴 견제와 시기 질투를 불러와 일을 그르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기본을 다지자는 것은 그동안 바쁘게 달려오면서 놓쳤던 것을 다시 챙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들뜬 것은 밟아 다지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적 충실을 꾀하자는 것이다.
▲기본을 다지기 위해 생각하고 계신 시정의 원칙이라 할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보다도 윤리행정을 제일의 가치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행정은 깨끗한 공무원상을 정립하는 것, 그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질서가 잡힌 도시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된다. 깨끗한 공무원은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공무원을 말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러나 저는 좀 더 넓게 광의로 해석하고 싶다. 넓은 의미의 깨끗한 공무원은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공무원을 뜻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할 일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깨끗한 공무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윤리행정과는 거리가 먼 공무원이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시민은 법과 질서를 지키는 시민을 말한다. 그래서 윤리행정을 제일의 가치로 둔다면 법과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無)관용’ 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저는 항상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깨끗한 도시는 깨끗한 거리환경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필요조건이고 깨끗한 도시는 깨끗한 공무원 깨끗한 시민이라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 살림규모는 얼마나 되고 어떻게 짜여져 있나?
예산안 총규모는 5800억원이다. 전년보다 7%, 395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예산편성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자족도시 기반 마련에 역점을 뒀다. 이에 따라 첫째 도로·교통·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구축사업, 둘째 기초노령연금제도 시행을 비롯한 사회복지수요 대응사업, 셋째 교육·문화·체육 분야와 재난예방 및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 돈이면 그런 곳엔 안 쓸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편성은 모두 제거토록 했다.
개발지역 파주는 크고 작은 도로개설이 시급할 것 같다. 작년 말 제2자유로 건설이 마침내 첫 삽을 떴지만. 다행스럽게도 해를 넘기지 않고 제2자유로와 김포-관산간 도로 기공식을 가졌다. 파주시민은 물론 그동안 고양 시민들의 이해가 얽혀 있어 착공이 늦어지긴 했지만, 이젠 공사를 빨리 진행시키는 게 급선무다. 2009년 말까지 완공을 시켜 교하신도시에 입주하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해야된다.
서울~문산간 고속화도로도 사업자가 선정됐으니까 올 해 안으로 노선을 확정짓고 설계에 들어갈 것이다. 국지도 78호와 56호 확장공사도 시공업자가 확정됐기 때문에 이제 가속도가 붙을 걸로 믿고 있다. 통일로 우회도로는 연내에 완공시킬 것이다.
도로건설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봐도 그렇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주력사업을 도로라고 했다. 그렇게 한 결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로마를 예로 들 것도 없다. 1990년대 초에 건설된 자유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일산신도시 교하신도시 파주LCD클러스터가 생겼겠나. 도로는 이렇게 도시발전과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때문에 도로건설은 시정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냥 도로만 뚫는 게 아니라 최첨단 친환경 도로건설에도 힘써야된다.
▲시청사를 신축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
도시발전과 시세(市勢)에 걸맞게 시청사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시청의 경우 지은 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업무도 많이 늘어났고 직원도 3배가 됐다. 시민도 그때보다 배가 되는 30만 명을 넘게 됐다. 그때그때 땜질식 증축을 하다보니 청사가 누더기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다. 급속한 인구증가에 따른 조직 확대로 사무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본청직원들이 여기저기 4군데 빌딩으로 나뉘어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사뿐만 아니라 시민의 업그레이드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현대적 공연장 전시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별 도서관도 계속 늘려 나가야 할 상황이다. 없는 살림에 사회기반 시설에 신경을 쓰다보니 시청사나 공공시설물이 뒷전으로 밀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3~4년 뒤면 파주시는 인구 50만 도시가 된다. 더 밀릴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올핸 시청청사 신축과 공공시설물 설립에 대한 타당성과 재원조달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문제도 빠뜨릴 수 없는 관심거립니다.
기본적으로 파주시는 생산적인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따른 복지수요도 충실히 실행해 나가겠지만, 복지도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생산적 복지가 뭐냐? 여성들이 숨은 감성과 능력을 발휘하고, 노인들이 삶의 지혜와 경험을 도시발전을 위해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생산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같은 소외계층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산적 복지가 되겠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꾸면서 희망을 키우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복지에 있어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올핸 동북부지역 시민을 위한 종합복지센터 건립을 서두를 겁니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복지센터 건립에 적합한 부지를 빨리 찾고 컨센서스를 이뤄줬으면 한다.
▲이대, 서강대, 국민대 등 굵직한 종합대학을 유치하셨지만 파주가 교육도시 기반을 완비했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학교유치와 관련돼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의 계획은?
교육도시 기반을 완비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3개의 일류 종합대학을 유치하는 것으로 교육도시의 첫 단추는 꿴 셈이다. 말씀대로 교육시설에 관한한 파주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올해에도 대학유치에 열을 올릴 것이다. 적어도 종합대학 한곳이나 두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두원공대 파주캠퍼스가 올 9월에 문을 열게 되는데 신흥대학과 한서울 관광대 캠퍼스 건립도 본격화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종합대학 3개, 전문대 4개가 파주에 세워지게 된다.
또 대학과 함께 대학 부속 중·고등학교도 함께 짓게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게 될 자립형 사립 중·고등학교도 적극 유치할 것이다. 관심 있는 기업체와 은행 등과 긴밀하게 협의를 벌이고 있으니까 자사고가 됐든 특목고가 됐든 이 문제도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대와 서강대의 경우 파주시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2010년 개교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입지예정지인 미군주둔지에 대해 중앙정부의 종합계획 확정이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중앙정부의 행정이 좀 빨라졌으면 좋겠다.
▲‘파주는 경제다’는 슬로건답게 파주시는 기업지원관련 상을 잇달아 수상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비결이 따로 있나?
비결?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기업이 하는 대로 그냥 두면 된다고 본다. 관공서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다. 기업이란 게 태생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게 돼 있다. 합리적인 경영과 창의적인 노력을 하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이 감놔라 배놔라 할 필요가 없다. 도와주지 못할 바에야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우스개 소리 한번 하자면 경제가 언제 성장하느냐? 정치인이 잠잘 때, 아니면 공무원이 체육대회 할 때라는 것이다. 다만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오폐수와 배기가스를 방출하는 일은 막아야된다.
▲그냥 내버려 두는건 좋지만 난개발 우려가 있지 않나?
기업유치를 한다고 난개발을 방치할 수는 없다. 아무데나 공장을 짓게 해선 안 된다.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무계획으로 공장을 짓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시설은 집단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주는 최근 교하신도시 건설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공장들을 위해 신촌공단 축현공단 조성사업을 확정한 바 있다. 법원 대능리에도 이들 중소기업을 위해 최대 25만㎡ 규모의 공단조성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공장입지도 그렇지만 난개발을 막으려면 계획개발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용도지역을 정비해야된다. 개발사업은 크건 작건 법과 규정을 엄격히 적용토록 해야 한다. 법과 규정으로 막을 수 없다면 시정방침과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올핸 그동안 막지 못한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불법건축물을 더이상 방치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다 찾아내서 강제이행금을 철저히 물리고 정비할 것은 정비토록 하겠다. 난개발의 기대심리를 아예 뿌리 뽑을 것이다.
▲LCD클러스터 조성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LG필립스 LCD는 지금 7세대 생산라인 가동으로 큰 실적을 내고 있다. 8세대 생산라인을 위한 장비 반입 작업도 한창이다. 당동·선유 협력단지에 기업 입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4개 LG계열사가 입주하게 될 월롱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은 교통·환경영향평가 같은 모든 행정절차를 끝냈다. 올 봄에 토목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LCD산업단지 140만평에선 지금 한쪽에선 생산, 또 한쪽에선 건설사업을 하면서 잘 나가고 있다.
파주시는 이미 2년 전 LG로를 건설해 LG필립스LCD의 파주입지를 환영한 일이 있는데 얼마 전엔 월롱산에 LG등산로를 만들어 주었지요. LG직원들이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을 위해 사용토록 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어떤 정책을 기대하시는지?
먼저 중앙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축소해 지방정부에 넘겨줄 것을 기대한다.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중앙정부의 기구 조직도 개편 될 것이다. 지방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보장돼야 한다. 또 교육과 치안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위임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대통령 당선자께서도 서울시장을 하면서 느끼신 점이 많을 테니까 이명박 새 정부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주리라고 믿는다.
또 규제도 많이 풀어줄 걸로 본다. 경기북부지역이 특히 피해를 많이 입고 있는 지역 아닌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닌 명분으로 얽어매고 있는 수도권규제 자체를 지역간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아예 폐지해 줬으면 한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규제, 그것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반세기 이상 접경지역 주민을 희생시켰으면 이젠 획기적으로 풀어줄 때가 된 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새해에 파주시민에게 바람이 있다면?
먼저 2008년 무자(戊子)년 새해에 시민여러분 가정에 상서로운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파주가 꿈꾸는 것은 최첨단 친환경 고품격의 대한민국 대표도시다. 새해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법과 규칙을 지키고 원칙을 세우고 질서가 잡힌 선진시민의식으로 더 한층 무장할 필요가 있다. 걱정되는 것은 파주 발전을 방해하는 소지역이기주의나 소집단할거주의 행동이다. 갈등과 분열과 성토의 분위기는 각종사업에 차질을 빚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파주발전을 가로막는 어떠한 주의 주장 행동에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시장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행정가이다. 대중인기를 쫓는 포퓰리즘에 빠질 이유가 없다. 새해에도 그냥 열심히 일만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시장이 되겠다.
/파주=조영환 기자cho2@siminilbo.co.kr
여성·노인·소외계층 더불어 살아가는 생산적 복지 제공
유화선 파주시장은 최근 시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변화와 경쟁의 도시답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교하신도시 건설사업, LCD클러스터 조성사업, 도로개설 등 차질없는 도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 것을 강조했다.
특히 타 시·군·구의 ‘파주배우기 행렬’이 연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잘 나가는 도시 파주’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으며 도시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한 해라고 자평했다.
유 시장은 올해 ‘기본을 다지자’라는 시정화두를 통해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도시를 조성해 최첨단 친환경 고품격의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성장할 계획이다.
다음은 유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이다.
▲파주시는 올해에도 잘 나갈 수 있을까요. 어떤 방침을 갖고 시정을 이끄실 겁니까?
올해엔 ‘기본을 다지자’는 걸 시정의 화두로 정했다. 영어로는 Back to the Basics가 됩니다만, 2008년은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고 기본을 다지자는 해를 만들고 싶다. 파주시가 시정 슬로건으로 쓰고 있는, ‘변화와 경쟁’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다시 출발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에 들뜨지 않고 차분하고 겸손하게 ‘파주의 길’(Paju Way)을 걷자는 게 제 생각이다.
▲기본을 다지겠다고 하는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습니까?
지난 몇 년간 파주는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래서 잘 나가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뜨고 있는 도시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잘 나간다’는 평가에는 항상 함정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잘 나갈 땐 성공의 달콤한 맛에 취할 수 있다. 취하면 보이지가 않는 법이다. 술에 취할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성공의 달콤함에 취한다는 건, 말하자면 자아도취다.
자기 자신에게 취하면 어떻게 되나? 들뜨게 되고 자만심과 게으름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이 붕 떠있고 자만심과 게으름에 빠지면 또 어떻게 되나. 일을 대충대충 건성건성 하는 습성을 가져오게 된다. 또 다른 사람들, 밖으로부턴 견제와 시기 질투를 불러와 일을 그르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기본을 다지자는 것은 그동안 바쁘게 달려오면서 놓쳤던 것을 다시 챙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들뜬 것은 밟아 다지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적 충실을 꾀하자는 것이다.
▲기본을 다지기 위해 생각하고 계신 시정의 원칙이라 할까,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보다도 윤리행정을 제일의 가치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행정은 깨끗한 공무원상을 정립하는 것, 그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질서가 잡힌 도시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된다. 깨끗한 공무원은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공무원을 말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러나 저는 좀 더 넓게 광의로 해석하고 싶다. 넓은 의미의 깨끗한 공무원은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공무원을 뜻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할 일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깨끗한 공무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윤리행정과는 거리가 먼 공무원이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시민은 법과 질서를 지키는 시민을 말한다. 그래서 윤리행정을 제일의 가치로 둔다면 법과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無)관용’ 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저는 항상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깨끗한 도시는 깨끗한 거리환경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필요조건이고 깨끗한 도시는 깨끗한 공무원 깨끗한 시민이라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 살림규모는 얼마나 되고 어떻게 짜여져 있나?
예산안 총규모는 5800억원이다. 전년보다 7%, 395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예산편성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자족도시 기반 마련에 역점을 뒀다. 이에 따라 첫째 도로·교통·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구축사업, 둘째 기초노령연금제도 시행을 비롯한 사회복지수요 대응사업, 셋째 교육·문화·체육 분야와 재난예방 및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 돈이면 그런 곳엔 안 쓸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편성은 모두 제거토록 했다.
개발지역 파주는 크고 작은 도로개설이 시급할 것 같다. 작년 말 제2자유로 건설이 마침내 첫 삽을 떴지만. 다행스럽게도 해를 넘기지 않고 제2자유로와 김포-관산간 도로 기공식을 가졌다. 파주시민은 물론 그동안 고양 시민들의 이해가 얽혀 있어 착공이 늦어지긴 했지만, 이젠 공사를 빨리 진행시키는 게 급선무다. 2009년 말까지 완공을 시켜 교하신도시에 입주하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해야된다.
서울~문산간 고속화도로도 사업자가 선정됐으니까 올 해 안으로 노선을 확정짓고 설계에 들어갈 것이다. 국지도 78호와 56호 확장공사도 시공업자가 확정됐기 때문에 이제 가속도가 붙을 걸로 믿고 있다. 통일로 우회도로는 연내에 완공시킬 것이다.
도로건설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봐도 그렇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주력사업을 도로라고 했다. 그렇게 한 결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로마를 예로 들 것도 없다. 1990년대 초에 건설된 자유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일산신도시 교하신도시 파주LCD클러스터가 생겼겠나. 도로는 이렇게 도시발전과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때문에 도로건설은 시정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냥 도로만 뚫는 게 아니라 최첨단 친환경 도로건설에도 힘써야된다.
▲시청사를 신축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
도시발전과 시세(市勢)에 걸맞게 시청사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시청의 경우 지은 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업무도 많이 늘어났고 직원도 3배가 됐다. 시민도 그때보다 배가 되는 30만 명을 넘게 됐다. 그때그때 땜질식 증축을 하다보니 청사가 누더기처럼 돼 있는 게 사실이다. 급속한 인구증가에 따른 조직 확대로 사무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본청직원들이 여기저기 4군데 빌딩으로 나뉘어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사뿐만 아니라 시민의 업그레이드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현대적 공연장 전시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별 도서관도 계속 늘려 나가야 할 상황이다. 없는 살림에 사회기반 시설에 신경을 쓰다보니 시청사나 공공시설물이 뒷전으로 밀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3~4년 뒤면 파주시는 인구 50만 도시가 된다. 더 밀릴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올핸 시청청사 신축과 공공시설물 설립에 대한 타당성과 재원조달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문제도 빠뜨릴 수 없는 관심거립니다.
기본적으로 파주시는 생산적인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따른 복지수요도 충실히 실행해 나가겠지만, 복지도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생산적 복지가 뭐냐? 여성들이 숨은 감성과 능력을 발휘하고, 노인들이 삶의 지혜와 경험을 도시발전을 위해 환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생산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같은 소외계층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산적 복지가 되겠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꾸면서 희망을 키우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복지에 있어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올핸 동북부지역 시민을 위한 종합복지센터 건립을 서두를 겁니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복지센터 건립에 적합한 부지를 빨리 찾고 컨센서스를 이뤄줬으면 한다.
▲이대, 서강대, 국민대 등 굵직한 종합대학을 유치하셨지만 파주가 교육도시 기반을 완비했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학교유치와 관련돼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의 계획은?
교육도시 기반을 완비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3개의 일류 종합대학을 유치하는 것으로 교육도시의 첫 단추는 꿴 셈이다. 말씀대로 교육시설에 관한한 파주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래서 올해에도 대학유치에 열을 올릴 것이다. 적어도 종합대학 한곳이나 두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두원공대 파주캠퍼스가 올 9월에 문을 열게 되는데 신흥대학과 한서울 관광대 캠퍼스 건립도 본격화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종합대학 3개, 전문대 4개가 파주에 세워지게 된다.
또 대학과 함께 대학 부속 중·고등학교도 함께 짓게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게 될 자립형 사립 중·고등학교도 적극 유치할 것이다. 관심 있는 기업체와 은행 등과 긴밀하게 협의를 벌이고 있으니까 자사고가 됐든 특목고가 됐든 이 문제도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대와 서강대의 경우 파주시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2010년 개교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입지예정지인 미군주둔지에 대해 중앙정부의 종합계획 확정이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중앙정부의 행정이 좀 빨라졌으면 좋겠다.
▲‘파주는 경제다’는 슬로건답게 파주시는 기업지원관련 상을 잇달아 수상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비결이 따로 있나?
비결?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기업이 하는 대로 그냥 두면 된다고 본다. 관공서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도 안 되고 할 필요도 없다. 기업이란 게 태생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게 돼 있다. 합리적인 경영과 창의적인 노력을 하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이 감놔라 배놔라 할 필요가 없다. 도와주지 못할 바에야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우스개 소리 한번 하자면 경제가 언제 성장하느냐? 정치인이 잠잘 때, 아니면 공무원이 체육대회 할 때라는 것이다. 다만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오폐수와 배기가스를 방출하는 일은 막아야된다.
▲그냥 내버려 두는건 좋지만 난개발 우려가 있지 않나?
기업유치를 한다고 난개발을 방치할 수는 없다. 아무데나 공장을 짓게 해선 안 된다.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무계획으로 공장을 짓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시설은 집단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주는 최근 교하신도시 건설로 인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공장들을 위해 신촌공단 축현공단 조성사업을 확정한 바 있다. 법원 대능리에도 이들 중소기업을 위해 최대 25만㎡ 규모의 공단조성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공장입지도 그렇지만 난개발을 막으려면 계획개발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용도지역을 정비해야된다. 개발사업은 크건 작건 법과 규정을 엄격히 적용토록 해야 한다. 법과 규정으로 막을 수 없다면 시정방침과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올핸 그동안 막지 못한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불법건축물을 더이상 방치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다 찾아내서 강제이행금을 철저히 물리고 정비할 것은 정비토록 하겠다. 난개발의 기대심리를 아예 뿌리 뽑을 것이다.
▲LCD클러스터 조성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LG필립스 LCD는 지금 7세대 생산라인 가동으로 큰 실적을 내고 있다. 8세대 생산라인을 위한 장비 반입 작업도 한창이다. 당동·선유 협력단지에 기업 입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4개 LG계열사가 입주하게 될 월롱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은 교통·환경영향평가 같은 모든 행정절차를 끝냈다. 올 봄에 토목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LCD산업단지 140만평에선 지금 한쪽에선 생산, 또 한쪽에선 건설사업을 하면서 잘 나가고 있다.
파주시는 이미 2년 전 LG로를 건설해 LG필립스LCD의 파주입지를 환영한 일이 있는데 얼마 전엔 월롱산에 LG등산로를 만들어 주었지요. LG직원들이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을 위해 사용토록 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어떤 정책을 기대하시는지?
먼저 중앙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축소해 지방정부에 넘겨줄 것을 기대한다.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중앙정부의 기구 조직도 개편 될 것이다. 지방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보장돼야 한다. 또 교육과 치안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위임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대통령 당선자께서도 서울시장을 하면서 느끼신 점이 많을 테니까 이명박 새 정부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시대를 열어 주리라고 믿는다.
또 규제도 많이 풀어줄 걸로 본다. 경기북부지역이 특히 피해를 많이 입고 있는 지역 아닌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닌 명분으로 얽어매고 있는 수도권규제 자체를 지역간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아예 폐지해 줬으면 한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규제, 그것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반세기 이상 접경지역 주민을 희생시켰으면 이젠 획기적으로 풀어줄 때가 된 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새해에 파주시민에게 바람이 있다면?
먼저 2008년 무자(戊子)년 새해에 시민여러분 가정에 상서로운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파주가 꿈꾸는 것은 최첨단 친환경 고품격의 대한민국 대표도시다. 새해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법과 규칙을 지키고 원칙을 세우고 질서가 잡힌 선진시민의식으로 더 한층 무장할 필요가 있다. 걱정되는 것은 파주 발전을 방해하는 소지역이기주의나 소집단할거주의 행동이다. 갈등과 분열과 성토의 분위기는 각종사업에 차질을 빚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파주발전을 가로막는 어떠한 주의 주장 행동에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시장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행정가이다. 대중인기를 쫓는 포퓰리즘에 빠질 이유가 없다. 새해에도 그냥 열심히 일만 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시장이 되겠다.
/파주=조영환 기자cho2@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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