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대한 희망을 접는다

    기고 / 시민일보 / 2008-02-24 18: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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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원 책(변호사)
    내일이면 최악의 아마추어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권이 퇴진하고 모레는 이명박 정권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의 키를 잡는 날이다. 솔직히 나는 그에 대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한다.

    사람들은 이념논쟁으로 날을 보내며 아마추어적인 정책으로 땜방질이나 해대던 진보좌파에 지쳐 보수가 집권하면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다. 무능한, 막말만 해대는 대통령이 물러나면 만사가 형통할 것으로 믿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는 그런 심리에 더해지는 달콤한 감미료였다. 그 결과 여당은 참패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두 달 동안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로 보수라고 우기면서 골문 밖으로 찬 인수위의 첫 번 째 똥볼은 영어공교육이었다. 인수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사실관계를 잘못 알았고 교육을 대하는 생각부터 엉터리였다. 그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자문한다는 자는 어느 동네 집값과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정보 같은 걸 자문해 주고 한 시간에 백만 원이나 받아챙기는 거간꾼이라는 게 밝혀졌다. 작은 정부를 만든다면서도 질질 끌다 과학기술처 해양수산부를 없애면서 여성부라는 이상한 조직을 그대로 두는 것도 해괴한 일이었다. 거기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이는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차기 정부는 이념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인수위 자문위원과 간사의 입으로 인해 벌써부터 세간에 돌았다.

    그 와중에 남대문이 불탔다. 이 문은 일찍이 당선자가 시장 시절에 문화재를 개방한다면서 대문 옆으로 잔디밭을 깔아 광장을 만들어 무상출입하게 한 곳이었다. 남대문을 개방할 때 큰 북을 두드리는 당선자의 시장 때 사진이 인구에 회자되는데도 당선자는 느닷없이 국민들 성금을 모아 대문을 복원하자고 했다.

    몇 천 명을 대상으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로 뽑았다는 첫 내각은 1%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아파트 몇 채에다 오피스텔과 몇 개의 골프장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반사이니 ‘부자가 죄가 아니다’라는 말로 변명하기에는 누가 보더라도 역부족이다. 거기다 군면제자는 13명 중 5명에 달하고 있다. 논문표절에다 자녀의 이중국적 그리고 공금유용의 의혹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판에 인수위는 그 업무를 마친다는 날 마지막 뉴스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에 버스중앙차로를 확대하고 거기 승용차가 다닐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구상이다. 국가적 아젠다를 다뤄야 할 인수위가 그간의 똥볼을 만회하기 위하여 내놓은 것이 기껏 수도권에 버스중앙차로를 늘려 출근시간을 30분 줄이겠다는 것이라면 새 정권도 아마추어적이거나 전시행정에 물든 정책을 남발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 똥볼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나왔다. 바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특별검사였다. 특검 기간 내내 언제쯤 당선자를 조사할 것인가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그 특검은 막바지에 한 때 요정이었던 삼청각의 으리으리한 방에서 꼬리곰탕을 먹으면서 당선자를 두 시간 조사했다고 했다.

    그리고 뻔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BBK는 자신이 설립했고 첫 해에 28%의 이익을 냈다는 당선자의 자백성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나 20년 지기에게 주었다는 명함은 특검에게 하등의 단서도 되지 못하고 김경준은 ‘대한민국을 농락한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공식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당선자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넋두리를 내놓았다.

    그래도 새 정부의 출범은 축하하자. 어차피 5년 동안은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해 준 정부 아닌가. 희망은 접었지만 제발 새 정부는, 진보좌파가 패망하여 물러난 것이 오만과 독선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주기를 간절히 빈다. 이것이야밀로 보수가 되찾은 정권의 유일한 생명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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