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朴당’이냐 ‘피朴당’이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3-11 13: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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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 공천에 친박 현역 의원들이 ‘우수수’ 탈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조짐이지 아직 현실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면 현실로 나타나는 시점은 언제일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이 이른바 ‘낙천 피박당’을 만들거나, 현실적으로 자유선진당에 들어 갈 수 없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 시점을 정치권에서는 대략 15일 정도로 보고 있다.


    즉 새로운 정당을 하나 창당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15일이면 총선까지 불과 20여일을 남겨 둔 시점이어서 곤란하다는 것.


    그리고 이미 그 시점에는 한나라당 대안 세력인 자유선진당에서도 1차 공천자를 발표하고, 2차 공천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한나라당은 파장이 예상되는 영남권 공천자 발표를 최대한 미루고 미뤄 14일을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친박 의원들의 대학살이 이뤄지는 공천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낙천한 사람들끼리 모여 ‘피박당’이건 ‘친박당’이건 새 정당을 창당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나마 ‘피박당’은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비아냥거림을 듣지만, ‘친박당’은 그래도 명분이 있다.


    따라서 ‘피박당’이 아니라 ‘친박당’을 만들어야 효과적이다. 그러려면 지금이 적기다.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만들어야 ‘피박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친박당’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친박당’이 탄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친박 의원들 대부분이 ‘그래도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희망마저 완전히 꺾어져야만 ‘내가 어리석었노라’고 하면서, 신당창당을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었다. 아무리 ‘친박당’을 운운하더라도 국민들이 볼 때에는 ‘피박당’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친박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연대’ 모색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공천 탈락한 충남 아산의 이진구 의원을 비롯해 안홍렬(강북을), 김준환(충북 청주 흥덕을), 이영규(대전 서갑) 당협위원장 등은 지난 10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향후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실상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서청원 전 대표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엔 불참했지만 한나라당 탈당을 시사한 이규택 의원(경기 이천·여주)도 이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


    물론 이들의 행동은 ‘친박 무소속 연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친박 세력의 주축인 영남권 의원들의 동참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아직도 이 지역에 대한 공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영남권 친박 의원들에게 일말의 기대가 남아 있는 한 섣불리 ‘친박 무소속 연대’에 동참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영남권 공천발표 시기 연기라는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친박당’ 저지에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는 등 득표력이 보장된 친박후보들이 연대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과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당’이 연대 할 경우,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결집력과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일정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이뤄지는 ‘공천’이 아니라, 특정인의 선호도에 좌지우지되는 ‘사천’을 자행하고 있는 오만한 한나라당에 본때를 보일 필요는 있다.


    다시 말하지만 친박 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 당신들은 ‘친박당’이냐 ‘피박당’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고 나서 이규택 의원처럼 “우리는 죄가 없다. 박 전 대표를 믿고 같이 왔을 뿐”이라고 아우성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친박당’과 ‘피박당’의 차이는 분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지금 선택이 당신을 ‘친박후보’로 만들 수도 있고, ‘피박 쓴 후보’라는 조롱거리로 만들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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