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그가 살아남을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4-06 12: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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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전여옥 의원의 천박한 인권의식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4.9 총선을 앞두고 영등포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전여옥 의원이 지난달 27일 유세 도중 ""노숙자를 정리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노숙인 지원 봉사단체의 강한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당시 한 시민이 유세 현장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에 의하면 전 의원은 ""반드시 우리 영등포역에 KTX를 세우겠다. 그러려면 노숙자를 정리해야 한다. KTX가 백날 오면 뭐하느냐. 영등포역이 전국에서 노숙자 1위 역이 된다면 KTX 백날 해야 소용없다.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노숙인들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에게도 엄연히 인권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공개석상에서 거리낌 없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전 의원에게는 아예 그런 인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그가 주군(主君)으로 모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권의식과 너무나 닮았다.

    이 대통령도 후보시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며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태어날 아이가 장애인인 경우 낙태해도 무방하다는 천박한 인권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으로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실제 각 장애인 단체 등은 성명을 통해 ""비장애인인 이명박 후보의 눈에는 장애인은 불구자, 즉 비정상적인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느냐""고 강력 항의했으며, 정치권도 “480만 장애인을 울리고 가슴에 대못질을 한 발언.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의 천박함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는 비난을 일제히 퍼부었다.

    주군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의 추종자 전여옥 의원처럼 천박한 인권의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따듯한 인간미가 없고, 약자(弱者)를 우습게 여긴다는 점에서 닮았다.

    비록 정치.사회.문화적으로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존재라 할지라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기본적으로 그 존엄성을 갖게 돼 있는 것이다.

    함부로 죽여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물론 쓰레기 치우듯이 한 곳에 모아 일시에 정리할 수 있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대량학살 하면서 ‘인종청소’라는 명분을 내 세운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회적 약자를 멸시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약자 또한 멸시 대상으로 여길 뿐이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전여옥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배신하고 이명박 후보의 가슴에 안긴 것은 당시 박 전 대표가 약자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전여옥 의원에게 있어서 박 전 대표는 그가 귀찮게 여기는 노숙자들처럼 한낱 ‘정리대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그는 이명박 캠프에 가담하자마자 ""다시는 유신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다시는 (그 시절의) 대학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으로 ‘박근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냈다.

    특히 그는 박근혜를 비판하면서 “정치라는 것은 ‘세’와 ‘돈’으로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도 그게 통용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세’와 ‘돈’이면 모든 게 통한다는 그의 천박한 정치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발언으로, 결국 그는 ‘세’와 ‘돈’을 따라 이명박 캠프로 옮겨 가고 말았다.

    그러나 전여옥 의원이 버린 박 전 대표가 최근 민심을 등에 업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정리되기만을 은근히 바라던(?) 그가 오히려 ‘박사모’에 의해 정리대상 명단에 오르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실제 박사모는 “이재오.이방호에 이어 전여옥을 퇴출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공평한 세상의 이치다.

    이제는 제발 정치도 마음이 따듯한, 그래서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정치.사회.문화적인 약자를 배려하는 의정활동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박근혜 전 대표를 단순히 정리대상으로만 여겼던 이재오.이방호.전여옥 ‘3인방’ 중에서 과연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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