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의 ‘친박복당 반대’ 속셈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4-27 11: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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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아주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자면 한나라당 `복당 논란'에 대해 일반 국민은 찬반 여론이 양분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복당 찬성론자가 더 많고,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복당 반대론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당 문제와 관련,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인위적 정계개편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45.5%,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연대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므로 복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4.5%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지자의 경우 무려 56.0%가 복당에 찬성한 반면, 반대 의견은 33.5%에 불과했다. 그 격차가 무려 20% 이상 벌어진다.

    물론 통합민주당 지지자는 62.4%가 복당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해 바람직하다(28.5%)는 응답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 전국 성인남녀 4142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52%포인트라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나라당 당원이나 대의원은 물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의 한나라당 복귀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5일 “친박의 복당이 허용되면 7월 전당대회에 불출마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26일에도 재차 친박의 복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날 친박 탈당 당선자들과의 만남에서 ""(복당 문제는) 민의를 따라 가야 한다""고 강조, 거듭 복당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강재섭 대표의 고집이 유난하다.

    실제 강재섭 대표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당 친박인사 복당과 관련해 “내가 (대표로) 있는 이상 무조건 못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강재섭 대표는 무엇을 노리고 이토록 완강하게 친박복당을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당권경쟁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가 바라는 일차 목표가 이뤄졌다.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박 전대표가 불출마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즉 친박복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가 당권경쟁에 나서더라도 힘을 잃을 것이고, 친박복당이 이뤄지면 박 전대표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경쟁상대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는 것이다.

    그 목표가 이뤄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친이 진영에서는 굳이 ‘박근혜 대항마’를 당권주자로 내세우지 않아도 무방하게 됐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초 친이(親李,친 이명박) 진영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정몽준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굳이 정몽준 의원을 내세우지 않아도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대항마’로서만 가치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박 전대표가 나서지 않을 경우, 친이 진영에서는 굳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아직 입당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그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더구나 그에게는 과거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에 걸림돌이 됐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마당이다.

    결과적으로 누가 득을 보게 되는 것일까?

    바로 강재섭 대표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이미 18대 총선에 불출마한 강재섭 대표의 도전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그는 당대표 불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지자들의 성원에 떠밀려 마지못해 출마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 바꾸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이재오 의원의 낙마로 중심을 잃은 친이 주류 측에서 ‘강재섭 대안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역시 강재섭 대표의 재도전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따라서 강재섭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친박복당 반대로 얻은 기회가 그의 정치 남은 인생에 얼마나 득이 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7월 전대에서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나 그의 꿈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그 복병이 누구인지 필자는 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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