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께 바란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5-25 1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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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하 승 편집국장
    박근혜 전 대표님, 이제는 침묵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어린 여학생이 전경의 방패에 짓눌리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흡사 5공 당시의 공안정국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와 관련, 100% 민자 유치사업이라느니, 수익성이 있다느니 하는 말도 모두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 정책으로 각종 물가가 치솟을 것을 염려하는 서민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집권 3개월 만에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만드는 MB 정부의 실정은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합니다.

    오죽하면 한 정치논객이 지금을 ‘폭동전야’라고 규정했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님, 이제는 나서야 합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권 탄생에 한 몫을 담당하신 분이십니다.

    실제 박 전 대표께서는 이상한 ‘경선 룰’ 때문에 패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경선승복을 선언하셨을 뿐만 아니라, 대선 승리를 위해 지원유세까지 다니셨습니다.

    따라서 MB정권 탄생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비겁하게 침묵을 지키고 계시는 것입니까?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바라는 국민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대운하 건설로 결국 환경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국민의 하소연이 들리지 않습니까?

    친박복당, 물론 중요한 문제입니다. 잘못된 공천 문제로 불거진 것이니 당연히 바로잡아야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내 문제일 뿐입니다.

    지금 그보다 더 시급한 현안이 박 전 대표님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표님은 당연히 목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우선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문제와 관련, 박 전 대표께서는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장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이 재협상밖에 없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입을 다물고 계십니다.

    또 대운하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3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때부터 반대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박 전 대표님의 원칙이고, 소신이라면 실망입니다.

    강단 있는 여장부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상태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인은 오직 박 전 대표님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MB 정부가 이런 저런 빤한 거짓말을 하면서 대운하를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겨우 10%대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통합민주당이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역시 박근혜 전 대표님이 나서야만 MB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친박복당 문제 때문에 전략상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면, 실수하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박근혜표 원칙’이 크게 훼손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국민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이는 박 전 대표께서 앞장서서 선전선동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친박복당 문제에 대해 ‘5월 중 매듭지으라’고 강하게 요청하신 것처럼, 쇠고기 수입재협상을 언제까지 약속하라고 압박하시면 되는 겁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날짜를 못 박을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시면 됩니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 역시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충분히 검토한 이후 실시하라고 촉구하시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왜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경선 당시부터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한 정치논객은 이런 침묵을 견디다 못해 “솔직히 실망”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논객들도 언제 실망하고 떠날지 모릅니다. 이런 행렬이 이어지면 5년 후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온 국민은 박 전 대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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