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실패가 보수의 실패인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6-16 16:31:37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정부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참담하다.

    MB의 지지율이 100여 일만에 한자리수로 추락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내일신문과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6월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점 척도 조사결과 7.4%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5점 척도란 '아주 잘 한다', '다소 잘 한다', '다소 못 한다', '아주 못 한다'라는 지문이 4개 제시된 4점 척도에 '그저 그렇다'는 중간 항목을 추가한 것을 말한다.

    아무튼 취임 초기에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처럼 한자리수로 추락한 것은 정부 수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앞으로 이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 대통령 재임 기간에 지지도가 한자리수로 추락한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던 집권 4년차 이후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런데 MB는 취임 초, 그것도 불과 백일이 지난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따라서 그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는 뉴스는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급속하게 무너질 줄은 정말 몰랐다.

    이에 대해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필자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보수가 아무리 좋은 이념과 정책을 갖고 있더라도 도덕성과 대중성(대중과 호흡하는 능력)이 없으면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MB정부의 실패가) 한국 보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 역시 MB의 도덕성 문제가 결국 그를 추락시키고 말 것이란 점을 수차에 걸쳐 경고한 바 있다.

    동시에 그의 몰락으로 5년 후 보수 세력이 아예 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쯤 되면 5년이 아니라, 이미 보수 세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보수주의는 이 교수의 말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도덕성 문제다. 물론 대중성도 확보해야 한다.

    ‘고소영’, 혹은 ‘강부자’ 정권으로 불리는 MB 정부는 이미 도덕성과 대중성 문제에 있어서 실패한 정권이다. 따라서 이를 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 보수 세력은 이대로 주저앉아 있다가 MB 정권과 함께 무덤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충분히 다시 일어 설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이 교수의 지적처럼 도덕성과 대중성에서 기준미달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썩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보수 정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지 않는가.

    보수 정치세력이 MB와 ‘무덤’에까지 같이 갈 생각이 아니라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결집할 필요가 있다.

    즉 양심적인 보수 세력은 부패한 MB정부와의 연결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박 세력은 ‘복당’을 포기하고, 박 전 대표는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

    ‘근혜신당’은 끝내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그 때가서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MB의 실패가 보수 정치세력의 실패는 아니다.

    아직 ‘박근혜’라는 보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 보물의 가치를 알면 다행이고, 모르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