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희는 어청수 희생양?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7-23 16: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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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촛불집회 강경 진압의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전격 교체되고 말았다.

    그 경질 이유가 가관이다.

    촛불집회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물론 조용연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은 지난 22일 “한진희 서울청장이 며칠 전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보직 변경을 스스로 건의했다”며 “촛불집회와 관련한 경비를 지휘하면서 피로가 누적됐다는 게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청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 청장은 지난 3월초에 부임한 사람이다.

    무임한지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구나 그는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피로누적’이라는 이유로 그것도 ‘갑자기 무리하게’ 교체할만한 정당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며칠 전 어청수 청장이 전국의 모든 간부들이 지켜보고 있는 화상회의에서 ‘촛불집회 때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서 촛불시위 초기시위 당시 유연하게 대응한 한진희 청장을 심하게 질책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한 청장이 문책을 당하는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것.

    그렇다면 결국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문책이 이뤄진 셈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촛불시위 초기에 유연하게 대응했던 한 청장에게는 상을 주여야 할 판이다.

    오히려 ‘강경진압’을 주문한 어청수 청장이 경질되는 게 맞다.

    그로 인해 촛불시위가 격화되었고, 국민의 분노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진희 청장의 경질이 경찰의 강경 대응에 대한 외부의 비판 여론을 어 청장이 아닌 한 청장에게 돌리는 일종의 ‘대리 경질’이라면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이날 논평을 내고 “경제 파탄의 주인공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차관을 대리 경질하더니, 이번에는 어청수 청장을 보호하기 위해 돌려막기 식 땜질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겠는가.

    만일 그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측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핵심 보직에 앉히는 술책이라면 더욱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실제 새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경북 경주 출신의 김석기 경찰청 차장은 현 정부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대구 대륜고 후배로,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차기 경찰청장 1순위 후보로 꼽혀왔던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 죄 없는 한 청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김 내정자를 앉히려는 음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많다.

    이들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든, 아니면 세 가지 모두가 포함되든 이것은 정도가 아니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촛불시위는 유연한 대응이 문제가 아니라, 강경대응이 문제다.

    한 청장의 방식이 옳았고, 어청장의 방식이 틀렸다는 말이다.

    따라서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문책을 당해야 사람은 한 청장이 아니라, 어 청장이다.

    설사 한 청장을 경질했다고 해서, 어 청장이 시민.사회단체의 빗발치는 문책 요구를 피해 갈수는 없다.

    오히려 ‘대리경질’의혹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의 분노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유연하게 대응한 한 청장이 문책을 받았다면, 강경진압으로 촛불시위를 확대한 어 청장은 그보다 더 심한 문책을 당하는 게 맞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죄 없는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면, 이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별로 없다.

    경제발전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고, 물가도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다.

    어쩌면 국민은 그런 것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꼼수’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신뢰 있는 모습만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번 한진희 경질 역시 필자는 ‘꼼수 경질’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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