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8-13 12: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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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8.15특사는 ‘혹시나’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우선 기대했던 네티즌들의 대사면이 이루어지 않은 게 문제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네티즌들이 전과자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물론 그 중에 일부는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그로인해 특정 후보에게 심각한 명예훼손을 저지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단지 각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찬반의사를 표명하거나, 각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된 특정 후보의 비리의혹을 지적하고 비난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공직선거법 93조에 따라 벌금형, 혹은 징역형을 선고 받아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버렸다.

    알고 보니 그들 대부분이 MB를 비판한 네티즌들이라고 한다.

    심지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네티즌들조차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박홍우)는 지난 4월 25일 포털사이트의 한 기사에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반대하는 댓글을 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은행원 손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박형남)도 한 인터넷 카페에 이 후보 및 한나라당 등에 반대하는 내용의 댓글을 30여차례 남긴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중개업자 박모씨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아무 정당에 가입되지 않은 이들의 순수한 비판은 무죄 선고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고법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하고 만 것이다.

    이 공선법 93조는 개정돼야 한다.

    그래서 <시민일보>가 <시민네티즌포럼>과 함께 지난 6월 3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공선법 93조의 폐허를 지적하고, 법률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조항에 의해 전과자가 되어 버린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특별사면 이외에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필자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네티즌 대사면을 건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말았다.

    문제는 또 있다.

    ‘원칙 없는’ 통 큰(?)특별사면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등 측근들을 대거 포함시키면서도 친박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광복절 특별사면ㆍ복권 대상자를 확정하면서 '결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결단’이라는 게 고작 측근을 살리고, 박근혜 측근을 외면하는 것이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실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 추진본부장을 맡았다 비리로 구속됐던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특사명단에 올랐고, 현대CEO 출신인 이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도 사회봉사 명령을 다 이행하지도 않았는데도 포함됐다.

    반면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었던 모 전 의원은 이번 특사대상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물론 배제에 따른 합당한 사유조차 없다.

    한마디로 ‘무원칙한 사면’, 즉 측근을 살리고 친박을 죽이는 사면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사면은 헌법이 보장하는 고도의 통치행위다.

    법치주의의 예외인 만큼 사면 대상은 분명한 명분과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수긍할 수 있고 대통령의 리더십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번 사면은 불행하게도 전혀 대통령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20%대라는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을 도외시한 채 일방독주식의 사면이 이뤄지고 만 것이다.

    마이웨이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이 같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MB정부는 결코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진정 국민과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특히 네티즌들의 대사면만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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