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도 안 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8-24 1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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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서민들이 살인적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일컬어지는 1500포인트마저 무너지고 환율은 연일 치솟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 생긴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크게 뛰었다.

    덩달아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실제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최고치가 연 1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이번주 주택담보대출 3년 고정금리가 농협은 연 7.95∼9.63%에 달하고 신한은행도 연 8.02∼9.62%로 전주에 비해 0.03%포인트씩 오르며 1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또 하나은행은 연 8.83∼9.43%, 국민은행은 연 7.90∼9.40%, 우리은행은 연 8.21∼ 9.31%, 기업은행은 연 7.66∼ 9.12%, 외환은행 연 7.71~8.41%다.

    이명박 정정부가 그동안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하며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달라만 허공에 뿌린 셈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 책임을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미국발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인데다가 아시아 거시경제마저 불안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어쩌면 이는 피할 수 없는 사태인지도 모른다.

    미국 모기지업체친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 충격이 국내 증시에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구나 그루지야 전쟁, 동유럽의 미사일방어기지(MD) 구축 등으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달러화가 급락하고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이 같은 위기가 이명박 정부의 무능 탓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칭 ‘경제전문가’라고 큰소리치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여기저기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선 고환율이 문제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부담에 허덕이다가 팔려고 내놓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뉴타운이다 뭐다 하면서 새로운 집이 생겨나고 있고, 그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정작 집을 사겠다는 나서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반면 전세 값은 치솟고 있다.

    집을 팔고 전세로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없는 서민들은 아예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다.

    전세만기를 앞두고 오른 전세 값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결국 서민들은 서울중심에서 변두리로, 다시 변두리에서 인근도시로 그렇게 차츰 밀려나고 있다.

    고물가도 서민들을 울리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돈 1만원만 가지면 가족들 식사거리를 충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외식은커녕 굶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들의 교육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빈곤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서민들이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해서 넘어 갈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실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대법원을 찾아 `경제적 사망신고'나 다를 바 없는 개인파산 신청을 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올들어 7월 말 현재까지 7만1654건으로 집계됐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조금 더 진행되면 개인파산신청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천하태평이다.

    현재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신도시개발 정책을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건설사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야 아는 게 건설밖에 없으니, 그렇다고 해도 주위에서라도 이런 잘못된 정책은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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