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은 ‘자유 언론인’이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9-09 17: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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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필자가 언론인으로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진실’을 알리는 일일 것이다.

    특정 ‘사실’을 단순히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언론인의 책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기사작성에 있어서 ‘사실’과 ‘진실’은 엄연히 다르다.

    지금 시민일보 정치부기자들 책상에는 각 정당에서 보내온 보도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치부 기자는 이런 보도 자료들을 받아 정당발 기사를 쓰면 그만이다.

    ‘사실’에는 어긋남이 없기 때문에 설사 잘못됐더라도 기자와 신문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언론인은 단순한 사실 전달자이기에 앞서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야하는 직업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기자들에게 이렇게 독려한다.

    “비록 사실보도가 늦어 물먹는 한이 있더라도 기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한번쯤 시선을 돌려보는 여유를 가져라. 그리고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기자직을 당장 그만두라.”

    사실 ‘언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가장 교과서적인 대답을 꼽으라면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언론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특히 선거와 관련, 중립성과 객관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언론인들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점차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네티즌들이다.

    요즘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논객’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논객이라 함은 네티즌 가운데 고정 필명으로 정치적 글을 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논객이라면 최소한 그 글을 클릭한 숫자만큼의 독자를 가지고 있는 언론인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홈페이지에 그 글을 클릭한 수가 500이라면 그는 500명의 독자를 가진 언론인인 셈이다.

    물론 진짜 언론인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이긴 하지만, 머리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이 읽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는 ‘작은 언론인’인, 즉 ‘논객’으로서 대접을 받을 만 하다는 말이다.

    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은 일반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처럼 자신이 작성한 글에 대해 최소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사적 감정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은 ‘논객’이라고 칭할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욕설이 난무하는 글,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시켜 상대를 음해하는 글,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오직 자기만족만을 위해 쓰는 글 등 사적 감정이 개입된 글들이 인터넷을 더럽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런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이 일반 네티즌과 특별히 구별되고, 그들보다 대접받기를 바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독자들은 매우 현명하다.

    분별력이 있다.

    어느 논객이 자신의 글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이 네티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반면 무책임한 글, 공정하지도 않거니와 균형감각마저 없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순간 눈속임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인터넷 상에서도 배척당하고 말 것이다.

    필자는 논객들을 사랑한다.

    그러기에 그들이 작은 언론인이 되어 올바른 정치인을 키우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논객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고자 한다.

    사실은 왜곡되거나 과장시키지 말고 객관적으로 알리되, 입장은 당당하게 밝히는 정당한 논객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즉 일반 언론사에 근무하는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공기(公器)’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진실한’ 논객이 되어 달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일반 네티즌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 그가 쓴 글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논객’은 소속 언론사가 없는 ‘자유 언론인’ 혹은 ‘네티즌 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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