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男-까칠女의 ‘멋진하루’ 가을 감성을 자극하다

    문화 / 시민일보 / 2008-09-18 1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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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전도연, 색다른 모습 선봬
    긴 호흡속 세련된 감정흐름 담겨


    이 남자, 엉뚱하다. 영화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의 병운(하정우)은 대단한 낙천주의자로 보인다.

    빌려간 돈 350만원을 내놓으라는 옛 여자친구 희수(전도연)의 독촉도 허허실실 농담으로 웃어넘긴다. 그러다 다른 여자들에게 돈을 꿔 빚을 갚겠다고 제안한다. 일종의 돌려막기. 희수는 기가 막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게 된다. 이 남자, 도무지 미워할 수 없다. 과연 진심이 뭘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불편한 감정으로 재회한 옛 커플의 하루를 따라가는 ‘멋진 하루’에는 세련된 감정의 흐름이 담겨있다. 한국영화에서 오랜만에 경험하는 맛이다.

    삶이 고단한 모난 여자, 곧 죽어도 삶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철없는 남자의 대비를 통해 영화는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긴다. 골프를 즐기는 중년 여사장, 고급아파트에 사는 술집여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첫사랑 여인 등 병운은 돈을 꾸기 위해 여자들을 계속 만난다. 그 사연들이 궁금하다.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전도연(35)과 하정우(30), 두 스타의 캐스팅 덕에 영화의 급이 올라갔다.

    그러나 상업영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건조함에 짓눌릴 수 있다.

    감독의 전작인 ‘여자 정혜’(2004), ‘러브 토크’(2005), ‘아주 특별한 손님’(2006)의 연장선 상에서 평가해야 하는 영화다. 앞서 3개 작품은 세밀한 감성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칸의 여왕’ 수식어가 부담스러운 듯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은 연기의 힘을 뺐다. 그런데 이미지는 더욱 강렬해졌다. 검은 마스카라를 한 표독스러운 표정이 전도연 특유의 말투와 섞이면서 캐릭터가 리얼해졌다. 불편한 상황들을 애써 견뎌내는 자존심 강한 여자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하정우는 ‘발견’이라는 말을 붙여줘야 할 정도로 색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추격자’의 냉정한 연쇄살인범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능글능글 천진난만한 하정우의 또 다른 표정들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호흡은 다소 길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이 꺾인다.

    하정우에게 반한 여성 팬들은 여전히 영화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남성관객이라면 하품을 참아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2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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