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제2의 노무현’ 되려는가?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10-09 16: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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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최근 불거진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과 관련,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한 역사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39개 단체로 구성됐는데, 이들 단체 대부분이 진보단체다.

    그런데 같은 날 전국 21개 단체에 소속된 2000여명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소모적 이념논쟁을 중단하고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단체들만 참여한 게 아니다.

    동양사학회나 서양사학회 등 평소 순수하게 연구에만 몰두하던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역적으로도 호남지역은 물론, 영남과 호서 지역의 단체들까지 전국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과서공대위의 주장이야 ‘진보단체들의 주장이니까’하고 가볍게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은 그렇게 가볍게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자칫 ‘보수의 단결’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목표를 무리하게 진행시키다가는 중립지대에 있는 중도세력들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교과서 공대위’와 순수한 역사학자들, 즉 진보세력과 중도세력이 이명박 정부의 교과서 수정 문제와 관련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우선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와 MB 지지세력들의 조급함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교과서 수정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라든지 교과서포럼 같은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지금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한 것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이념논쟁을 촉발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이 대통령처럼 지지율 폭락으로 애를 먹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위기 때마다 이념논쟁을 촉발시켜 진보세력들을 결집시키려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오히려 중립지대에 있던 사람들을 보수 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을 뿐이다.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한 노릇 아니겠는가.

    이념 논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자기 스스로 나는 ‘진보’ 성향이라거나 ‘보수’성향이라고 응답하는 사람과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이 서로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건국 60주년-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를 보수로 평가한 응답자는 36.1%(매우 보수 6.1%+다소 보수 30.0%), 진보 28.5%(매우 진보 4.0%+다소 진보 24.5%), 중도 31.1%로 각각 집계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이니 당연히 자신을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이 진보로 생각하는 이들보다 7.6% 많았을 것이다.

    만일 지금 이 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보수’ 응답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도’라고 말하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나라 국민은 ‘보수’‘진보’‘중도’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균형을 이루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걸 인위적으로 깨트리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중도세력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무참하게 패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념논쟁을 촉발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중도 세력으로 하여금 염증을 느끼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보수세력의 대결집’이라는 결실을 맺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봤자 지지율은 겨우 30%대다. 대신 나머지 30%대인 중도는 20%대에 불과한 진보와 손을 잡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진보세력을 50%대로 키워주는 결과만 가져 올 뿐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제2의 노무현’의 길을 걷게 되고, 그로 인해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크게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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