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정책 : 패를 가르쳐주고 고스톱 치기

    기고 / 시민일보 / 2008-10-26 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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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현 국회의원(한나라당ㆍ인천 남구을)
    미국발 금융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 심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연일 폭등하면서 신용경색과 실물경제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통된 위기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정부의 일관성 없고 체계화되지 못한 외환정책이 일정부분 몫을 차지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외환정책은 크게 네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한국의 외환정책에는 주체가 없다. 정부기관이면 어떤 정부기관인지 일관된 정책 집행기구와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환율 급등사태는 외부환경의 영향이 크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방관적 자세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이는 환율이 시장 평균 환율을 빌어 결정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율정책을 정부나 한국은행에서 담당하는 형태라면 하루빨리 환율정책과 관련한 주무부처에 대한 권한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충고인 것이다.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환율과 관련한 정책발표는 주요 환율관련 경제부처 및 기관장들의 논의와 협의를 거친 후 한 명의 기관장을 통해 발표되거나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환율정책의 대외신뢰도 제고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둘째, 우리의 외환정책은 고스톱으로 비유하면 패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만 예를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외환위기 발생 6개월 전에 이미 한국은행에 와서 이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가능했는가? 소위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상 달러화의 국제 간 거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즉 한국에서 일본으로 달러화를 송금한다 하더라도 일단 송금액이 美 FRB를 거친 후 일본으로 송금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결국, 한국 외환보유고의 주요 외환으로 달러화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한국경제의 순환도는 80%가 이미 대외적으로 공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 언론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말하고 또한, 일말의 단서만으로도 한국경제의 미래를 충분히 예단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이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우선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와 엔화 등의 비중을 조금씩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외환보유고 규모보다 배 정도는 더 축적을 할 필요가 있다. 국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리고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IMF나 세계은행의 지분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세력 확대에 대응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셋째, 외환시장의 깊이가 깊지 않다. 시장이 깊으면 시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신호들에 의해 가격 발견 및 미래 예측이 가능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는 시장환율제도를 추구한다고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시장의 환율이 활발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질 때는 요즘과 같이 한국경제에 상당한 대내?외 변수가 발생한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점은, 역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달러화 수요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점이고, 결국 이는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곳은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과 같은 정부기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라 오직 외국인 투자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금융허브 육성책과 맞물려 외환시장의 활성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끝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일종의 고질병으로 항상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우왕좌왕 땜질식 처방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매뉴얼에 따른 대응책이나 contingency plan(긴급사태 대책), back up plan(지원계획) 등 다양한 대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사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악화되면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사태를 예견하고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낙관론자들의 주장처럼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1년 내지는 2년, 상황에 따라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다른 국가들 보다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외환정책에 대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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