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격변, 그 파고를 넘기 위해선

    문화 / 시민일보 / 2008-11-11 01:01:42
    • 카카오톡 보내기
    신보영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원)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간접선거라는 미국의 대통령선거의 특성상 아직 대의원선거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미국 헌정역사를 통해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비록 투표 전부터 우세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표차의 선거 결과에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꽤나 놀란 것 같다. 과연 그 어떤 힘이 놀랍고도 세기적인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일까? 오바마라는 개인의 역량과 매력 그리고 민주당의 선거 전략의 우세라는 변수만으로 거대한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밀려오는 시대적 격변의 파고를 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
    이 필자의 생각이다.
    20세기는 변화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냉전체제, 데탕트와 미국의 일방주의, 전지구적 시대의 도래 등 한 세기에 겪기에는 너무도 벅찬 역사적 사건들이 100년이라는 짧은 시간의 궤적 위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우리의 경험만 보더라도 일제강점기의 경험과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외환위기의 경험 등 필설로 다하지 못할 정도의 부침을 겪어 왔다.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의 발전과 정치·사회·문화적 파급속도를 생각할 때 21세기를 통해 경험할 변화의 파고는 전세기의 그것보다 분명 높고 거대할 것이다. 미국인들의 선택은 바로 이같은 대변혁이라는 메가트랜드(megatrends)를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
    한 체질개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미국을 움직였던 힘은 소수 백인들에 의한 엘리트집단이었다. WASP(White-Anglo Saxon-Protestant)라고 지칭되는 이 집단에서 유일한 예외적 인사는 케네디 전 대통령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만 카톨릭신자이며 아일랜드인의 뿌리를 가졌다는 점에서만 달랐을 뿐 그의 교육과 성장환경은 이 집단과 다를 것이 없었다. 21세기는 소수가 아닌 다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한 정치를 원하고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와 미국일방주의에 대한 반감은 바로 소수의 정치독점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제 미국인들도 열린사회·진정으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대변되는 사회·정치적 체제의 도래를 갈망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전국민
    적 요구와 시대적 변화의 중심에 오바마가 있었고 국민들은 그를 통해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변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던 것이다.
    변화의 성공은 일순간의 선택만으로 이루어내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작업이다. 오바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의 대부분이 과연 그가 말하는 변화의 실체가 없다는 지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같이 아직까지 변화의 내용은 충실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경제부분에 대해 거는 미국인들의 기대는 더욱 클 것이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와 불황의 한파를 몸으로 겪어야할 일반 국민들에게 경제라는 화두보다 더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변화의 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그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될 때 비로소 현실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747공약'을 필두로 경제살리기를 위해 선택된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다시금 신뢰받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그 내용의 충실함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 모두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발상에 동의해서 변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선은 더 나은 경제적 삶과 복지의 증진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교왕과정(矯枉過正)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교왕은 구부러진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바로 고치려다 지나쳐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선과 아집으로는 현재 경제 불황의 터널을 헤쳐갈
    수 없다. 서두르지 말자! 잘못된 정책이라도 다시금 하나하나 곱씹어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때, 비로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21세기의 변환의 파고를 헤쳐나갈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