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장밋빛 에너지 정책

    기고 / 시민일보 / 2008-11-13 17: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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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중앙대학교 법학과 교수)
    차기 미 대통령 오바마는 어떠한 의미에서이든 미국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인물이다. 그가 내세운 아젠다가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라크 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경제 문제 등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바마는 시카고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빌 아이어스(Bill Ayers)라는 1960년대에 웨더 언더그라운드 지하폭력 운동을 했던 인물과 가까이 지냈다. 또한 그는 미국을 저주하는 설교를 하는 대중선동가 제레미아 라이트(Jeremiah Wright) 목사의 총애를 받았다. 선거 도중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오바마는 이들과 관계가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첫 저서인 자서전은 빌 아이어스가 대필(代筆)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있을 정도로 오바마와 이들의 관계는 뿌리깊다.

    오바마는 일찍이 환경단체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2004년 초, 환경유권자협회(The League of Conservation Voters)는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이던 오바마를 상원의원 후보로 지지했다. 시에라 클럽과 자연자원방어협의회(NRDC)도 오바마를 지지했다. 이 단체들은 오바마에게 선거자금도 제공했다. 2008년 선거에서 오바마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데는 라이트 목사가 이끄는 흑인단체 뿐 아니라 환경단체의 역할도 컸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선 앨 고어 마저 오바마를 지지해서 결국 힐러리를 따돌리고 후보가 되는데 성공했다.

    대선 기간 중 오바마-바이든 캠프가 내어놓은 에너지 정책은 기존의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너무나 다르다. 오히려 자연자원방어협의회(NRDC) 같은 환경단체가 작성한 강령을 빼어 닮았다. 중요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 대책으로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반 소비자를 위해 석유회사가 얻은 초과이윤(windfall profit)을 1인 가정은 500달러, 그리고 부부 가정은 1000달러 씩 돌려주고, 에너지 투기를 차단하며 전략용 비축석유를 풀어 석유가격을 안정시킨다.

    둘째, 장기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서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이를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제한하는 한도를 설정하고 거래하는(cap and trade) 방식을 채택하며, 종국적으로 2050년에는 1990년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의 80% 수준으로 안정화시킨다. 이를 위해 오염을 감축시킨 양을 거래하는 시스템을 시행한다. 중국과 브라질 같은 개도국도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 참여하도록 한다.

    셋째, 클린 에너지 경제에 투자해서 50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1,500억 달러를 투자해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급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상업화하도록 하며, 차세대 바이오 연료를 개발한다. 또한 클린 테크놀로지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직장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넷째, 미국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의 평균연비를 매년 4%씩 증가시키며, 2015년까지 100만대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미국의 도로를 다니도록 한다. 플러그 인(plug-in)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첨단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7000 달러의 세금혜택을 제공한다. 취임 후 첫 번 임기 말까지 모든 자동차가 여러 가지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자동차 배출가스에 탄소함유량을 낮추도록 하는 전국적 기준을 도입한다.

    다섯째, 석유 채굴권을 갖고 있으면서 채굴을 하지 않는 경우에 이를 회수하도록 하고, 기존 유전에서 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도록 한다. 알래스카 송유관 건설을 촉진한다.

    여섯째, 2012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10%를 태양, 풍력, 지열 같은 청정하고 지속가능한 전원(電源)에서 충당하고, 청정 석탄기술을 도입한다.

    일곱째, 미국 사회 전반을 에너지 소비 감축형으로 탈바꿈시킨다.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건축분야의 효율성 기준을 정하고, 에너지 효율기준도 강화한다. 연방정부의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저소득층 가정의 내열 방한(防寒) 장치 설치를 지원하고, 보다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건설한다.

    이쯤 되면 오바마를 최초의 녹색 미국 대통령(The First Green U.S. President)라고 부르는데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오바마가 제시한 정책이 도무지 현실성이 있나 하는 점이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오바마가 앨 고어의 주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온실가스에 캡을 정하고 탄소 거래를 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앨 고어가 특히 강조했던 것이다. 앨 고어는 이런 거래를 중개하는 화사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등에 간여하고 있다. 대통령은 되지 못했으니까 돈이나 벌자는 심산(心算)이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다만 경제적이지 못하고 실용적이지 못해서 보급되지 못했을 뿐이다. 바이오 에너지도 그로 인해 식량부족 등 문제가 이미 노정(露呈)되었는데, 무엇이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선 우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 카터 행정부에서도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그런 투자는 결국 헛된 것으로 귀착된 바 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이런 투자는 결국 국방비를 대폭 감축해서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라크 철군 뿐 아니라 주한 미군 철수도 예상되는 것이다.

    오바마는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각 가정에 500-1000달러씩 유가를 환급해 주겠다고 했다. 휘발유 세금을 낮추어서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고 석유회사의 초과이익 부분을 환수해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을 정부가 정하고 그것을 넘는 부분은 정부가 환수(還收)해서 소비자에 돌려주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버는 마이크로소프트사(社), 할리우드 영화배우 등의 소득도 환수해서 소비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발상(發想)이 아닐 수 없다. 부시와 네오콘에 질려 버린 미국인들은 사회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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