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진 의원, 어처구니가 없다

    기고 / 시민일보 / 2008-11-19 18: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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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근 (문화평론가)
    얼마 전에 100분토론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오바마 당선에 따른 북한문제 변화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때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빨리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이런 논의의 수준에 대해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 문제이고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서 빨리 풀어가야 되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단절이 돼 있습니다.”

    오바마가 부시와는 달리 북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저마다 예측하던 중에 나온 발언이었다. 맞는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간에, 우리의 분명한 협력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확실한 연후에 대외변수에 대해 따져보는 게 순서다. 이미 우리 내부에서 단절이 시작됐는데 나라 밖 사정에 대해 점잔 빼며 논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더군다나 북한과 관계를 악화시킨 주체가 나라 밖의 누군가가 아닌, 우리의 현 정부여당인 상황이다.

    ‘오바마는 북한에게 어쩔 셈인가?’보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미국에게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줄 이유가 없다. 우리 민족이고, 우리나라의 일이다. 화해를 하든 대화를 하든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면 미국 민주당 정권은 반드시 따라온다. 민주당은 원래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복잡한 예측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건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려 하는데, 남한이 적대노선을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다. 여기서부터는 복잡한 예측이 필요해진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이미 오바마가 당선된 마당에, 문제를 단순하고 순리적으로 풀어가느냐, 복잡하고 난해하게 만드느냐의 키를 쥐고 있는 건 한국 정부여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최고의원이 TV토론에 나와 마치 남 얘기하듯이 점잖게 미국의 미래나 논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송영길 의원의 지적은 극히 타당했다. 공성진 의원의 황당한 논리는 그 다음에 나왔다.

    송 의원이 북한과의 대화를 끊었다고 하자, 공 의원은 ‘아니다, 우린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송 의원은 ‘그런 식의 제의는 50년 전부터 해온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공 의원은 ‘북한에 비핵화를 한 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나가자고 제의를 하고 있는데, 북측이 일방적으로 6.15선언과 10.4선언을 답습하라고 강요를 하니까, 그것을 얘기해보자라고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황당하다. 일방적인 강요란다. 이게 무슨 소린가? 두 나라 사이에 외교접촉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합의와 선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해서 ‘일방적인 강요’가 되나? 이제부터 ‘약속지키라’는 말의 뜻이 ‘일방적 강요’로 바뀔 판이다.

    6.15와 10.4 선언을 승계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나가야 된다는 논리에 공 의원은 ‘그것은 북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답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법인가? 공 의원은 누가 밥 먹자고 하면, ‘그건 북한의 식생활을 일방적으로 답습하는 것이다’라고 받아치나?

    ‘전직 대통령이 싸인한 것을 현직 대통령이 부인해버리면 국가의 정체성이나 연속성이 어떻게 유지되나?’라는 질문에 공 의원은 ‘당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없어서 다시 한번 논의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나라가 코미디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 지지율 30%도 안 되는 현 정권이 외국과 한 조약에 대해서도, 다음 정권이 ‘이제부터 다시 이야기 해보자’라고 해야 하나? 약속 지키라는 외국에게 ‘당신들이 일방적이다’라고 적반하장으로 대해야 하나?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제적 신뢰도는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여권은 정권 잡은 것을 이상하게 해석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정권이 있는 것이다. 정권이 곧 국가가 아니다. 새로운 국가가 건국된 것도 아니고, 왕이 즉위한 것도 아니다.

    불법시위하는 시민단체들에게서 재정지원 회수해야 한다고 하면서, 신지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정부를 비판할 거라면 왜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가냐 이거죠. 그러니까 떳떳하게 1원 한 장 받지 않고 그 주장을 하더라도 해야지. 돈 받을 건 받으면서 정부 물러가라고 하는 이런 이율배반은 참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돈과 정권의 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왕정시절의 발상이다. 시민단체가 받은 건 ‘이명박 대왕마마‘의 내탕금이 아니라, 공화국 대한민국의 국가 재정이다. 정권을 반대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없는 돈이다. 현 정부는 정책집행권을 위임받았을 뿐, 국가재정의 소유권을 가져간 것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정권이라고 보기 힘든 사고방식이다.

    이번 공 의원의 태도도 그렇다. 국가의 연속성을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대외적으로 한 약속인데,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고 해서 다시 이야기 하잔다. 국정이, 국가외교가 애들 장난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마치 역성혁명이 일어나 새로운 왕이라도 즉위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봉건시대에 왕조가 갈리면 외교협정도 모조리 원점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사고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나?

    대한민국이 대내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신뢰할 만한 공화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여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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