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 후보와 50점 후보, 100점 후보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12-08 14: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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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최근 우연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모 의원을 만난 일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나누자면서 간단히 술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술잔이 어느 정도 돌아가자 자연스럽게 우리의 화제는 정치 주변 이야기로 바뀌었고, 급기야 박 전 대표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그는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경선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필자에게 “차기 박근혜 전 대표가 대권을 잡으려면, 이명박 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게 좋으냐, 아니면 신당을 꾸리는 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둘 다 답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이어 “이명박 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은 ‘0 점 후보’로 최악이고, 불투명한 신당 후보가 되는 것은 ‘50 점 후보’로 차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매우 당황한 듯 “그럼 길이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필자는 “박근혜 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100점 후보’로 최상”이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당시 필자가 한 말은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선거에서 ‘0점 후보’란 ‘필패 후보’다.

    그러면 왜 MB의 한나라당 후보가 필패 후보인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0%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장장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침체 현상에서 빠져 나올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선거 당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른바 ‘강부자’ 그룹을 제외한 모든 세력들이 등을 돌린 상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시장 상인 등 서민들은 단순히 등을 돌린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반대 세력으로 넘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실책에 대해 제동을 걸기는커녕 거수기 노릇이나 한다면 어찌되겠는가.

    유권자들은 그런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실망을 하게 될 것이고, 급기야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하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든지 ‘노무현 하수인’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 하수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결국 ‘필패 후보’가 되고 만다는 말이다.

    그러면 ‘근혜 신당 후보’는 어떤가?

    일단 불투명 하다.

    한나라당 내에서 친박 의원들 중에 몇 명이 나올지도 모르고, 친박연대를 제외하면 어느 정당의 누가 참여하는지, 그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자유선진당의 일부와 민주당의 일부가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도 모르는 상태다.

    전국정당의 규모를 갖추려면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한나라당내 모든 친박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가 전적으로 함께하고,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가세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따라서 신당 후보는 ‘필패 후보’는 아니더라도 ‘필승후보’가 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래서 ‘50 점 후보’라고 말한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 후보라면 능히 ‘필승 후보’라고 할만하다.

    일단 이명박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이명박 정부와 협력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그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하겠지만, 정부의 실책에 대해서는 야당보다도 더 단호하게 질책할 것이다.

    이럴 경우 비록 여당 후보이지만, ‘이명박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100 점 후보’라는 말이다.

    그러자면 현재의 한나라당을 ‘이명박 당’에서 ‘박근혜 당’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신호탄’은 어쩌면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는 모양새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모쪼록 남의 정당 이야기에 언론인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인(知人) 국회의원을 만나 술자리에서 가볍게 나눈 정담(情談) 정도로 치부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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