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말하는 국민은 ‘강부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9-01-28 16: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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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용산참사와 거기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 당 내에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남경필)

    “다른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비공개 회의 때 합시다.”(박희태)

    “그냥 하게 두시는 게...”(정몽준, 홍준표)

    “가만히 있어요. 순서가 아니죠.”(박희태)

    이는 2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자리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용산 참사와 관련해 이처럼 한나라당내에서 이견이 속출하고 있지만 박희태 대표는 이를 모두 일축하면서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월 임시국회의 '입법 전쟁'에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박희태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용산 참사는 설 민심에서) 큰 화제가 안 됐다. 본체하고는 별 관련 없다""고 잘라 말다.

    특히 그는 인사청문회 등 야당의 정치공세로 입법전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유임설 등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논하는 게 순서""라며 ‘선 진상규명-후 인책론’을 거듭 강조했다.

    정말 박희태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6명의 사망자가 생겨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아직까지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가.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한 조직의 수장이고, 리더라면 발생된 결과에 대해서는 관리책임을 져야 하는 게 도리이자 상식 아닌가?

    더구나 그 무리한 진압작전을 따르던 자신의 부하 경찰관마저 애통하게 사망한 마당이다.

    오죽했으면 여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마저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은 사법적 책임이고, 발생된 결과에 대해서 과실이 없어도 책임지는 게 관리책임, 행정책임""이라며 ‘김석기 책임론’을 들고 나왔겠는가.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희태 여당 대표와 김석기 청장 등 직간접으로 책임져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반성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필자는 진상규명하자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세세한 사건의 경위와는 상관없이 당시 경찰의 진압작전이 안전을 도외시한 무리한 작전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시위자들이 농성이 불법적이었느냐, 혹은 폭력적이었느냐, 아니면 외부세력이 개입했느냐의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불법적 시위 혹은 외부세력에 의해 발생한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다는 논리가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설사 정부와 여당의 말처럼 이번 용산 시위가 아무리 폭력적이고 불법적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도 된다는 정당성의 근거가 아니라면, 김 청장에 대해서는 즉각 해임 결정을 내리는 게 상식이고 당연한 이치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왜 청와대는 끝까지 책임소재를 가려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박희태 대표는 거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가.

    어쩌면 3월 위기설에 대비, 김석기 청장을 ‘정권 수호 애완견’으로 만들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작 책임져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저토록 당당하게 버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그런 안일한 판단이 오히려 ‘제2의 촛불시위’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정녕 모르는가.

    만일 “진상조사 결과 경찰보다는 철거민들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MB의 핵심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가까운 김석기 청장을 유임시키려 들 경우, 촛불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 될 것이다.

    지금 각 언론은 이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탓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국민과의 소통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28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진퇴와 관련해 “현재 바뀐 게 없다”며 “인터넷을 보면 설 이전에 비해 과격 시위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김 내정자의 거취 역시) 유임 의견이 좀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청와대가 보는 인터넷과 국민 보는 인터넷이 얼마나 다르기에 이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청와대가 말하는 국민이 따로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청와대가 생각하는 국민이란 일반 대중이 아니라, ‘강부자’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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