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효학박사’ 홍 우 준 경민대학 이사장 인터뷰

    인터뷰 / 시민일보 / 2009-02-23 19: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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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孝가 만행의 근본이며 덕목… 부모의 솔선수범이 ‘산교육’”
    일찍이 율곡 선생은 인간의 만행 중 으뜸을 ‘효’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한 효행(孝行)은 인륜의 중요한 덕목으로 지켜져 온 가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노인학대 사건의 가해자 70~80%가 바로 친자식이라는 놀라운 통계수치를 일상으로 접하게 되는 ‘효의 실종’ 시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게 실상이다.
    이같은 위기 국면에서 육영사업을 통해 효행교육 전도사로서의 삶을 오롯이 실천하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성신학원으로부터 명예효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홍우준 경민학원 설립자이 바로 그다.

    홍우준 설립자은 23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눈썹을 봐라. 아마도 내게 신앙과 효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면 뒷골목 부랑아로 살게 됐을지도 모른다”며 “오늘날 이렇게 앉아서 효를 얘기할 수 있게 된 내 모습이 바로 효가 만행의 근본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자신 10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는 홍 설립자은 “형제끼리 싸우고 존경하는 관계를 통해 양보와 배려, 주장하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며 “과거 대가족제도 하에서 우리 사회가 더 편안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미리 위계질서나 사회적 규범을 학습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가족제도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제 내 나이 80이 넘어 예전 일을 회상해보면 선친이야말로 정말 위대하고 멋있는 교육자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선친이 행하셨던 방식 그대로 자식들을 교육했을 뿐인데 주위에서 부럽다는 소리들이 있는 걸 보면 자식교육은 비교적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 설립자은 “부모의 솔선수범만큼 효과가 큰 교육은 없는 것 같다”며 “나 역시 내 아버지께 배운대로 자식들을 가르쳤고 손주들 역시 그 부모의 모습대로 따라 실행하는 걸 보면서 가정에서의 효교육이야말로 생명력있는 교육이 된다는 걸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학 설립자인 홍 설립자은 학교 설립 목적과 관련, “단순한 지식과 기능 교육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분야이지만 효 교육을 통해 우리의 뿌리찾기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효’의 전파를 염두에 두고 학교를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학는 개교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효행학습을 교양과목으로 채택,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교육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경민대는 효실천본부라는 기구를 두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대학내 기구다.

    효 실천본부에서 행해지는 효교육의 필수과정을 살펴보면 명심보감, 실천효도개론 등의 교과목과 효행록작성이 있다. 효행록 작성에는 뿌리찾기 일환으로 조상과 형제자매 이름 및 추모일 기록, 조상의 산소위치 파악, 효 고해성사 등 전교생을 대상으로 갖가지 효행관련 행사를 실시한 결과 효 개념이 재정립되는 교육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고.
    교수와 학생들로 경민 효친회를 조직해 효충유적지 답사 및 농촌 봉사, 경로행사, 효행상수여 등 효실천운동을 활성화시켜 한기총 제1회 효 문화대상 단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효행과정 이수 소감을 통해 상당히 진일보된 인식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경민대에 국내 최초의 ‘효충사관과’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효자 충신을 육성할 바탕을 마련한 점도 주목된다.

    또한 경민학교 교문 중앙에 큰 독립문이 있고 우측에는 효행문, 좌측에는 충의문이 있어 이 문을 드나드는 모든 이들이 문에 걸려있는 표어 ‘당신은 지금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 나라의 주인은 당신이십니다’라는 글귀를 보면서 효와 충을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홍 설립자은 은사이신 김학수 화백이 기증한 효자 충신 위인 열녀도 150점을 효충관에 전시해서 학생들의 효충교육의 도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 설립자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몸소 실행하는 효의 본보기를 자처,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경민학원 설립 초창기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효충교육의 선배격인 황애덕, 이효덕, 양매륜, 김노다 네 분을 살아생전 ‘경민 어머니’로 극진히 모셨는가 하면 돌아가시자 학교장으로 유택을 경민 동산에 모시고 설날 추석은 물론 기일인 9월15일을 경민 어머니날로 정해 교사 및 학생대표와 함께 성묘하는 등 효행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
    이와 관련, 홍 설립자은 “요즘 부모들이 자식들 앞에서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의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일반 동물도 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이다. 개도 제 새끼를 돌보는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러나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근본교육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부모가 너무 많아 문제다”며 효 교육부재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이상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홍 설립자은 “심지어 학생들 중에는 부모에 대한 근본 인식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사태의 심각성 알지 못하고, 아이를 낳고 어떻게 책임 있는 양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개념조차 없는 부모도 더 큰 문제”라고 한탄했다.

    그는 “초·중·고교 등 전국 교육기관이 1만여개 정도이고, 학생 수로 보면 200만명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들한테 어떤 교육을 하느냐에 따라 이 나라의 장래가 결정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1만여개 교육기관이 모두 효를 중심으로 한 교과과정을 채택해서 가르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효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홍 설립자은 “우선은 경민대가 있는 의정부시부터 효 도시로 발벗고 나섰으면 좋겠다”면서 “효는 교육혁명 차원에서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가시책으로 ‘효 중심’ 교육을 제도화할 수만 있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효 대통령’이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며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홍 설립자과의 일문일답이다.

    -‘효’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공자 말씀에 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을 존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 잘못으로 인해 부모님의 함자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부모님을 공양하는 것이다. 지금 바뀐 세태를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부모님께는 반말하고 자식한테는 존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보다 자녀가 우선이기 때문인데 이는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토록 ‘효 교육’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는가.
    ▲ 효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없고, 효실천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다들 알고 있다. 그런데 효를 얘기하면 구시대의 잔소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당초 교육계에 투신하면서 ‘뭘 가르칠 건가’ 하는 게 나의 고민이었다. ‘학교’라면 학문과 기술을 가르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나 아니어도 다한다는 생각에 애초부터 ‘효를 가르치는 학교’를 목적으로 했다. 우리 역사를 보면 효자가문에서 충신이 나왔다. 역사상 그런 증거 많다. 도둑놈이나 협잡꾼이 충신이 될 수 없는 게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효가 만행의 근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효를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우리가 15만명 정도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졸업생들 가운데 특별한 효자 됐다는 소식은 많은 반면 불효자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이게 모두 교육의 효과라고 하는 자긍심이 있다.

    -효 교육을 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그리고 이번에 명예 ‘효학박사’ 학위를 받은 소감은?
    ▲ 아무도 그동안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아무리 ‘진리’라고 부르짖어도 교육계 사람들조차도 효를 골동품적인 생각으로 인식하기 일쑤였다. 이번에 효학박사 학위는 뒤늦게나마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효학박사’라는 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앞으로 효학박사들이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 효를 우선 하는 교육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래야 애국자들도 많이 나온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못하는 사람이 나라의 충신이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이번 박사학위는 내가 훌륭해서 받았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적합한 인물을 찾다보니 나만큼 한 사람 없어서 내가 선정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외국이나 서구라파 경우 논문박사보다 명예박사를 더 소중히 여긴다. 논문박사는 논문이 채택되면 되지만 명예박사는 일생을 통해 실천한 삶의 궤적이 인정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효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 제 개인적 욕심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효 대통령’이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부모님 공경에 여야가 있고, 또 상하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효에는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관계가 없다.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분열되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효를 통하면 어느 정도는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확대해서 말하자면 남북 문제도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통일을 주장하기만 하면 통일은 커녕, 언젠가는 전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효사상으로 접근한다면 생각의 일치를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공산당도 부모 공경 사상은 있을 테니까 말이다. 효의 범주를 너무 넓힌다고 볼지 모르지만 효를 실천하면 분쟁도 없어지고 당파 파쟁도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효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이다.

    -경민대학에 ‘효충사관학과’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 효를 통해서 나라에 충성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전학생을 효충수련원으로 입소시켜서 그곳에서 일정한 과정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시키지 않는 제도를 정했다. 그게 확실하게 방법을 달리한 효교육이 될 것이다. 전국 대학에서 깜짝 놀랄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효 교육하는 대학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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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박사’ 홍우준, 그는 누구인가
    학교 법인 경민학원을 설립한 홍우준씨는 1923년 평북 정주에서 독립운동가 홍응팔씨의 4남으로 1945년 항일 독립투쟁에 직접 참여했다가 투옥돼 해방을 감옥에서 맞았다. 1954년 ‘교육은 제2의 독립운동’이라는 기치아래 교육계에 투신, 한미종합고등기술학교를 시작으로 1967년부터 현재까지 학교법인 경민학원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7개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11, 12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그는 경민학원 설립을 통해 끊임없는 효행 교육 실시하는 등 한결같은 목소리로 효교육 불모지인 교육계에 ‘효교육’의 효시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생을 교육사업에 바쳐온 그는 효행은 물론 근검절약 측면에서도 스스로 실천하는 데 있어 노익장을 발휘하는 등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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