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카더라’ 보도 유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9-03-06 15: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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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단순히 ‘~카더라’는 말을 사실 확인 없이 기사로 썼다면, 그것은 뉴스가 아니라 유언비어다.

    그런데 그런 유어비어를 마치 기사인 것처럼 버젓이 대중에게 공개한 언론매체가 있다.

    바로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안>이다.

    실제 <데일리안>은 지난 4일 “2월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달 28일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서울 성북동 인근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의원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회동에서 이 의원은 2월 국회에서 야당과의 ‘입법전쟁’과 관련,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다음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브리핑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전격회동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언론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수차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전대표 측은 해당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 중재를 신청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도 <데일리안>은 ‘단독 기사’라는 타이틀 아래 문제 기사를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아주 배짱이다. 그래서 필자가 그 기사를 면밀하게 검토해 봤다.

    한마디로 웃겼다. 만일 우리 신문사 기자들이 그런 기사를 작성해 왔다면, 그 기자는 당장 시말서(始末書) 감이다. 물론 노련한 데스크 손에 의해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우선 기사 내용은 ‘~카더라’로 시작해서 ‘~카더라’로 끝을 맺고 있다.

    실제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두 분이 회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시점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두 분이 만난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말한 게 전부다.

    굳이 첨가하자면 ‘두 사람의 만남을 기사화해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의원은 “써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정도다.
    참 가관이다.

    여기 어디에 ‘2월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서울 성북동 인근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한 사람은 ‘회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점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 한 사람은 단지 “두 분이 만난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기대감을 밝혔을 뿐이다.

    만일 우리 <시민일보> 기자라면 당연히 그 정보에 대해 이상득 의원 쪽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쪽에도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기사를 썼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사를 버젓이 공개하는 것은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라 할 수 없다.

    특히 ‘두 사람의 만남을 기사화해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의원이 “써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을 믿고 썼다는 식의 내용은 참으로 어이없다.

    뉴스원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의심해 보는 게 기자의 상식 아닌가.

    특히 회동 날짜를 28일로 못 박은 근거가 우습기 짝이 없다.

    이상득 의원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 정두언 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했고, 박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서울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 한국연희단체총연합회 출범기념식에 참석했다.

    즉 두 사람이 같은 날 광화문에 있었다는 게 근거라니 얼마나 웃기는 노릇인가.

    어째든 기자는 언론중재위에서 빠져 나갈지도 모른다.

    ‘~카더라’ 통신을 들은 게 사실이고, 그런 유언비어를 흘린 사람이 있다면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음에 따라 반론보도 결정을 받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이런 허점(虛點)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카더라’라는 기사를 썼다면, 이는 언론인의 도의상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데일리안>의 기사를 보면 마치, 박근혜 전 대표가 이상득 의원과 만나 무슨 거래나 있었던 것처럼 독자들이 오인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 전 대표에게는 심각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데일리안> 편집국장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그런 기사가 들어오면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다시 작성하라”고 야단을 치는 그런 안목을 가져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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