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붕괴...왜?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9-03-10 11: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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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작금의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고위층의 도덕성이 붕괴되면서 이른바 ‘묻지 마 살인’과 같은 극심한 모럴 헤저드(moral hazard)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안형환(서울 금천) 의원이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 기관장 연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광부 산하 26개 기관 중 6개 기관장의 올해 기본 연봉이 지난해에 비해 인상됐다고 한다.

    말로는 임금을 줄여서 ‘잡 셰어링’ 한다더니, 6대 공공기관장 연봉은 되레 인상됐다는 이 소식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결국 대졸 초임을 인하해 '잡 셰어링'을 하겠다던 공공기관들이 임원들은 배제한 채 신입직원 임금만 줄이겠다는 것 아닌가.

    대체 취업문을 어렵게 뚫은 젊은 신입직원들이 무슨 죄인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연봉을 인상한 공공기관장들에게 일말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지도 모른다.

    사실 고위층의 이 같은 모럴 헤저드 행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눈에 뜨게 늘고 있다.

    무려 45조원의 공적자금을 얻어 살려낸 시중 국책은행의 은행장 연봉이 얼마인 줄 아는가?

    자그마치 10-16억원이나 된다.

    실업의 공포 속에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라는 울타리에서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비애를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투기성 농지를 소유하고도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쌀 직불금’까지 가로챈 고위 공직자들이 발각 돼 전 국민의 분노를 사게 한 일도 있다.

    이 같은 고위층의 도덕성 붕괴는 곧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불경기 대한민국 사회에 유령처럼 나돌고 있다.

    강호순과 같은 끔찍한 살인마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발생한 '현실불만형ㆍ우발적 범죄' 건수는 무려 39만8913건으로, 전년보다 3만6000건이나 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모나 친지 등을 '살해해 달라'는 패륜적 범죄 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실제 온라인 등을 통한 '묻지마 청부살해'가 활개를 치고 있다.

    대전경찰서는 지난 달 1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청부살인 카페'를 운영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살해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에게 협박을 일삼는 등의 혐의로 카페 운영자 A씨(25)를 구속하고 해당 카페를 폐쇄한 일까지 있었다.

    특히 지난 1월 22일 이 카페를 통해 아버지를 살해해달라고 의뢰한 협의로 구속된 유학생 B씨(19)는 해당 카페 외에도 다른 여러 카페를 통해 아버지와 형을 살해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말,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이는 '돈이면 뭐든지 된다'는 물질만능적인 사고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주범이 바로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붕괴일 것이다.

    즉 고위층의 모럴헤저드가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돈이면 뭐든지 한다”는 극단적인 범죄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그 정점(頂點)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현 정권은 도덕성에 있어서 ‘0점 정권’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위장전입한 사람이, 투기한 사람이, 대통령도 되고 장관도 되는 게 바로 이명박 정부다.

    하물며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 잘난(?) 고위층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웬만한 범죄는 죄도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것이 도덕성 해이를 부추기고, 결국 끔찍한 ‘묻지 마 범죄’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아쉽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왜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를 간과했던가.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가 ‘경제’나 ‘평화’ 이슈보다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왜 미처 깨닫지 못했던가.

    지금 우리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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