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바탕인 연쇄살인범 영화들의 공통점이다. 어떡해든 ‘살인의 추억’, ‘추격자’와 연관지으려 고군분투한다. 최근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다 사라진 유웨이강 감독·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 ‘트랩’도 비슷한 노력을 했다.
‘제2의 ○○○’를 끌어다 붙여 관심을 끌려는 신인배우들의 속성이다. 이슈가 됐다 싶으면 “여러분이 불러주시는 ‘제2의 ○○○’란 수식어, 부담스러워요”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다. 저예산·저관심 영화 ‘실종’이 택한 묻어가기 마케팅 전략이 감지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실종’은 관련 뉴스로 물타기를 했다. 개봉 전 케이블채널에 등장한 영화 제작자는 강호순 사건을 언급하면서 ‘실종’을 홍보했다. 이 방송 프로그램은 강호순의 범행방식과 영화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 ‘실종’의 예지력에 탄복, 맞장구쳐줬다.
그러나 시사회 즈음에 이르러 ‘실종’은 강호순 사건과 얽히는 것을 거부했다. “촬영하거나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 이미 후반작업을 하고 있었다. 영화와 아무 연관이 없다”면서 독립을 선언했다.
영화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를 참고한 듯 보인다. 연쇄살인범의 특성들을 고루 갖춘 캐릭터 ‘판곤’(문성근)을 내세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동물을 키운다는 설정, 홀아비나 독신이 많다는 사이코패스 일련의 패턴들을 판곤에 이입했다. 사이코패스 범죄가 발생하면 으레 나오는 “그 사람 참 착하고 괜찮았는데 이럴 수가…”라는 이웃들의 증언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판곤은 자신의 양계장에 제 발로 찾아온 ‘현아’를 개집에 가두고 짐승처럼 다룬다. 극단 상황으로 밀어붙여 성적 노리개로 희롱, 폭행하고 죄책감 없이 살해한다. 산 채로 분쇄기에 갈아 죽인 뒤 닭 모이로 사용하는 잔인함의 극치를 드러낸다.
끔찍한 상황이 다수 존재하지만 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은 영상의 미성숙에서 기인한다. 분쇄기 위에 여성을 올린 다음 피가 튀기는 장면으로 컷을 연결하는 식이다. 손바닥을 못이 관통하는 정도가 영상으로 구현되는 가장 잔인한 대목이다. 생크림을 바르고 성폭행을 하는 선정적인 장면이 오히려 더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들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 요소들을 잘 수집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재해석하려는 의지가 없다. 날것 그대로를 거친 영상으로 덧입힌다. 어떻게 하면 잔인할 수 있을까, 곰곰이 애쓴 흔적들만 티나게 나타난다. 살인자나 피해자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은 관객들을 불편하게도 만든다.
이런 살인자 판곤을 문성근은 덤덤하게 연기한다.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때 말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침착함이 되레 살인자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래도 연기 변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따른다.
스릴러 ‘실종’에 결여된 것은 스릴뿐 아니다.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무신경한 시골 경찰관들의 모습은 현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통화내역만으로 사라진 동생의 행방을 금세 찾아내는 현정(추자현)의 탐정기법은 긴장감을 주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뉴시스
‘제2의 ○○○’를 끌어다 붙여 관심을 끌려는 신인배우들의 속성이다. 이슈가 됐다 싶으면 “여러분이 불러주시는 ‘제2의 ○○○’란 수식어, 부담스러워요”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다. 저예산·저관심 영화 ‘실종’이 택한 묻어가기 마케팅 전략이 감지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실종’은 관련 뉴스로 물타기를 했다. 개봉 전 케이블채널에 등장한 영화 제작자는 강호순 사건을 언급하면서 ‘실종’을 홍보했다. 이 방송 프로그램은 강호순의 범행방식과 영화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 ‘실종’의 예지력에 탄복, 맞장구쳐줬다.
그러나 시사회 즈음에 이르러 ‘실종’은 강호순 사건과 얽히는 것을 거부했다. “촬영하거나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 이미 후반작업을 하고 있었다. 영화와 아무 연관이 없다”면서 독립을 선언했다.
영화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를 참고한 듯 보인다. 연쇄살인범의 특성들을 고루 갖춘 캐릭터 ‘판곤’(문성근)을 내세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구성한다. 동물을 키운다는 설정, 홀아비나 독신이 많다는 사이코패스 일련의 패턴들을 판곤에 이입했다. 사이코패스 범죄가 발생하면 으레 나오는 “그 사람 참 착하고 괜찮았는데 이럴 수가…”라는 이웃들의 증언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판곤은 자신의 양계장에 제 발로 찾아온 ‘현아’를 개집에 가두고 짐승처럼 다룬다. 극단 상황으로 밀어붙여 성적 노리개로 희롱, 폭행하고 죄책감 없이 살해한다. 산 채로 분쇄기에 갈아 죽인 뒤 닭 모이로 사용하는 잔인함의 극치를 드러낸다.
끔찍한 상황이 다수 존재하지만 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점은 영상의 미성숙에서 기인한다. 분쇄기 위에 여성을 올린 다음 피가 튀기는 장면으로 컷을 연결하는 식이다. 손바닥을 못이 관통하는 정도가 영상으로 구현되는 가장 잔인한 대목이다. 생크림을 바르고 성폭행을 하는 선정적인 장면이 오히려 더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들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 요소들을 잘 수집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재해석하려는 의지가 없다. 날것 그대로를 거친 영상으로 덧입힌다. 어떻게 하면 잔인할 수 있을까, 곰곰이 애쓴 흔적들만 티나게 나타난다. 살인자나 피해자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은 관객들을 불편하게도 만든다.
이런 살인자 판곤을 문성근은 덤덤하게 연기한다.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때 말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침착함이 되레 살인자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래도 연기 변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따른다.
스릴러 ‘실종’에 결여된 것은 스릴뿐 아니다.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무신경한 시골 경찰관들의 모습은 현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통화내역만으로 사라진 동생의 행방을 금세 찾아내는 현정(추자현)의 탐정기법은 긴장감을 주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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