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昌, ‘DJP연합’ 따라 하기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7-09 1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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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 꼬리를 치는 것은 그래도 귀엽지만, 사람이 꼬리를 치는 모습은 정말 못 봐주겠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른바 ‘DJP식 연합’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이 총재는 9일 ‘충청도 출신 총리 기용설’과 관련, DJP식 연합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이승열의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유선진당이라는 정당을 가지고 있는데 당에 있는 사람을 기용한다고 하면 우리당은 무엇이 되느냐.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며 “그 전에 정치 구조적으로 특정정책 목표나 정치상황에서 연대공조를 하기로 한다든가 한다면 그런 틀 위에서 총리나 장관을 하는 것은 좋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을 보면, 이미 이 대통령과 이 총재 사이에는 선진당 측 인사들을 개편 내각에 일부 포함시키자는 은밀한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총리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양측의 거래는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총재는 단순히 개편 내각에 선진당 인사들을 참여시키는 차원을 넘어선 ‘연대공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DJP 연합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연합이라면, MB-창(昌)의 연합은 영남을 기반으로 이 대통령과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이 총재의 연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틀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남의 맹주는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영남권에서 박 전 대표가 지니고 있는 힘은 당 지도부가 ‘우르르’ 몰려가 지원유세한 사람을 제치고, 달랑 박 전 대표 사진 한 장만 내건 사람이 당선된 경주 재선거에서도 여실히 입증된 마당이다.

    따라서 MB-창(昌)의 연대는 결코 ‘DJP 연합’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총재는 ‘DJP 연합’을 꿈꾸며, 꼬리를 치고 있다.

    우선 이 총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진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의 처리를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이 총재의 청와대 밀담 이후 그 입장을 확 바꿔버린 것이다.

    실제 이 총재는 민주당이 반대 하는 것에 대해 "원래 3월에 약속한 6월 국회에서의 처리에 지금 불응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건 참 근본적으로 논리는 맞지 않는다"며 "약속한 대로 6월 국회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DJP 연합’을 요구하는 대신, 이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에 동조하는 ‘선물 꾸러미’를 전달해 주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그럼, 대체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DJP식 연합’을 구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원집정부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추진해서 서로 권력을 나눠먹겠다는 뜻은 아닐까?

    즉 외교와 국방은 국민이 국민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이 맡고, 내치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한 후에 한 사람은 대통령을, 또 한사람은 총리를 맡는 식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을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에 본인이 직접 나설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이 총재는 ‘얼굴마담 대통령’을, 이 대통령은 ‘실권 총리’를 맡는 쪽으로 양측 간 은밀한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설령 이 대통령이 직접 실권총리를 맡지 않더라도 그의 하수인을 총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그러면, ‘MB-昌 연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 시나리오에 ‘박근혜’라고 절대적 변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영남권을 지배하고 있는데다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까지 받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아니오”라고 하는 순간, ‘MB-昌 연대’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이회창 총재의 행보는 이번에도 역시 정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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