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 개정특위에 바란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8-03 1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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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친이(親李)는 싸움닭들인데, 친박(親朴)은 순둥이들만 모아 놓았습니다.”

    한나라당이 3일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을 들여다보던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가 쓴 웃음을 지으며, 필자에게 건넨 말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특위를 구성키로 했다.

    특위는 이날부터 올해 12월말까지 당헌당규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오는 9월 중 당헌.당규 개정초안을 마련하고 10∼11월에 개정안 조문 검토를 거쳐 12월 중 개정안을 마련한 뒤 최고위에 보고하고 전국위원회를 열어 추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황우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에는 이주영 원유철 장윤석 진수희 유기준 전여옥 김선동 이두아 의원과 박명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국민들 뇌리에 ‘싸움닭’으로 각인 된 인사들이 포함돼 있는가하면, ‘순둥이’로 통하는 인사들도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참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 대체 이 절묘한 조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친이 진영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친이 진영이 원하는 당헌당규라면 어떤 형태가 될까?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터져 나오는 ‘쇄신’의 목소리가 ‘당청간 소통강화’에 방점이 찍혀졌던 사실을 기억하면, 당헌당규가 어느 쪽으로 개정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박희태 대표는 당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쇄신의 핵심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과 청와대 간에 소통로를 좀 넓히고 좀 더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심지어 그는 당청간 소통 강화의 일환으로 정무장관직 및 총재비서실장과 같은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과거에는 정무장관 및 총재비서실장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정무장관이 당의 중요회의에 전부 참석을 했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어진 게 문제라는 것.

    따라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또 홍준표 의원도 원내대표 재임 당시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인데 청와대와 당이 따로 놀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야당을 할 때 우리가 당청을 분리했는데 10년 만에 집권해서 운영을 해보니까 현재의 지도 체제로는 어렵더라”고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의 당헌당규개정을 강조했었다.

    구체적으로 홍 의원이 말한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나 박 대표가 밝힌 ‘당청간 소통강화 체제’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행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폐지하겠다는 뜻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권-대권분리 원칙에 의거한 현행 한나라당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그저 한 사람의 평당원일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당무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각종 선거를 보면 친이 측의 공천 횡포가 자행되고 있었고, 그게 한나라당 패인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물며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제왕적 총재체제로 전환되면, 그 횡포가 어떠할지는 불 보듯 빤하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 재임시절,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만든 가장 민주적이고 모범적인 당헌당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당헌당규개정 특위의 역할은 이 당헌당규가 철저히 준수되도록 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즉 당천 소통 강화를 추진하기보다 철저한 당정분리 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거듭 경고하거니와 만일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가장 민주적인 현행 당헌당규를 바꿔 ‘제왕적 총재 시스템’의 1인지도체제, 즉 대통령 직할체제로 개악(改惡) 한다면,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란 점을 엄중 경고하는 바다.
    그나저나 순둥이들이 싸움닭들과의 치열한 암투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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