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해법은 정부 여당이 쥐고 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8-04 2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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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훈 전 의원, “MB가 정세균 대표 투사로 만들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복이 있는 것 같다. (민주당과 정대표에게)지금 국면이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디어법 투쟁과정에서 정 대표의 나약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바뀌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설훈 민주당 전 의원은 미디어법과 관련, 대여 강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세균 대표에 대해 4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리더십이 있다고 보지 않았었는데, 최근 서서히 자기 틀을 잡아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 전 의원은 또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데도 한나라당이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이 한나라당을 호되게 질책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국민과 등을 지는 정치를 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투사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그 때와 비슷한 국면을 만들고 있고, 정 대표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민주투사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 전 의원은 정동영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갈등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 “다만 매듭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정대표의 리더십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설 전 의원은 “(미디어법 국면에서)박 전 대표가 처음 판단은 옳았다고 본다. 계속 그런 모습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중간에 무너졌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박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여야 모두의 환영을 받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의 70% 정도가 반대하는 것이니만큼, 국민 뜻에 따른다고만 했어도 됐을텐데 그렇게 못해 실기한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미디어법으로 꼬인 정국을 푸는 열쇠는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설 전 의원은 “야당은 외통수다. 강경투쟁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답답한 건 한나라당과 정부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한 일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그냥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결과는 빤하다. 이런 상태에서 막가파처럼 하면 이 대통령은 히틀러가 된다”며 “이쯤에서 정부와 여당은 태도변화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더 이상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는 야당의 입장 변화를 요구할 게 아니라 여당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그에 대한 국정운영의 기본 그림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 경제, 남북관계 등 모두 다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라도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하는데 그걸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단임 대통령일 뿐이다. 단임제의 제도적 결함은 논외로 하고 5년동안 여야가 합의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게 현명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텐데, 마치 10년 100년 계속 정권을 쥘 것으로 오판하고 행동하는 게 문제”라면서 “미디어법도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행정구역 개편 문제와 관련, “행정 비효율성 때문에 행정단계 축소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이 바로 행정개혁을 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고 여야간 합의도 돼 있는 상태다. 이 사업은 강력한 추진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사업이다. 이걸 해내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 되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걸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 대통령은 4대강이나 미디어법으로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정작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쓸데없는 일만 벌이고 있다. 사심 없이 국정을 운영하려 했다면 가능했을 텐데 엉뚱한 생각을 하니까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각 지방에 가면 행정구역 다툼으로 인해 굉장히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잘못된 행정구역으로 인한 다툼도 많다. 또 대도시 입장에서는 폐기물처리나 생활하수, 쓰레기 처리문제 등이 관건인데 이런 문제는 인근 지역간 갈등이 필연적이다. 이런 건 행정개편으로 얼마든지 수습될 수 있는 문제”라며 “단순하게 수치로 환산해보더라도 수십조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서로가 필요한 안건이다. 이명박 정권은 국정 운영에 대한 기본철학이 없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노 신당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범야권은 단합과 결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친노 그룹은 물론이고 정동영, 한화갑은 물론, 나아가 민노당 등등의 진보계열들과도 함께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전 의원은 “민노당과 선거국면에서 일정정도 제휴도 해야 하고, 친노 그룹은 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논의가 있는 것 같은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어떻게든 함께 가야 한다는 기본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을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처럼 한두석으로 당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게 무슨 당인가. 그래서 친노 그룹들이 신당 만들어 정치적 입지를 도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분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한나라당의 반대 입장은 분명한 만큼 역시 뜻을 같이 하는 그룹들과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친노 신당이 만들어 지더라도 민주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되는 건 아니다. 국민들은 현명하다. 예를 들면 사표 방지심리 작용 등으로 친노신당이 수도권에서 나온다 해도 표심에 영향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친노신당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 지도부가 외부인사들을 공천심사위원으로 영입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설 전 의원은 “당시 당지도부가 공천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비전문가인 외부인사들에게 일임했다는 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얘기 소용없지만 지난 총선 때 당 공천을 제대로 했다면 적어도 10석 이상 의석수를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향후 정치일정과 관련, “현재 부천원미을에 지역위원장 공모신청을 한 상태"라며 " 새롭게 부천지역에서 정치를 재개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으로 본다. 당에서 자연스럽게 특히 배기선 전위원장이 내가 와서 지역위원장을 맡아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고 지역 당원들도 바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지도부에서도 그 점을 잘 이해하고 현명한 결정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설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사태에 대해 “지금은 어려운 상황(중환) 이지만 조만간 쾌유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할 일 이 많이 남아있는 분이다. 악화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을 가지신 최고의 위치에 계신분"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드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 전대통령 병상이 호전되면)내가 이 대통령이라면 병상에 찾아가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훈수하기도 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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