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정치권은 이성을 찾아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8-09 16:25:29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둘러싸고 여전히 여야가 강경대응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생은 완전 뒷전이다.

    물론 그 일차적 책임은 대국민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힘으로 밀어붙인 여권에 있지만, 협상과정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단식을 하는 등 사실상 협상을 보이콧한 야권의 책임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불필요한 논쟁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여야 모두 민생문제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미디어법은 지금 그 절차상 하자 문제 등으로 헌재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3법'과 관련해 재투표 및 대리투표의 위법성을 따지는 심리에 본격 착수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공동연구팀(TF)까지 꾸렸다.

    앞서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지난 달 23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가 기관 간에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때 책임 소재와 위법성을 가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미디어법 재투표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대리투표가 실제 행해졌다면 야당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했는지 등이다.

    그런데 앞서 대법원은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이 요건일 경우 '과반수 출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는 '무효'로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무효'가 곧 '부결'에 해당하는지, 말 그대로 '무효'이기 때문에 재투표를 실시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한 상태다.

    따라서 헌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직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록 형식상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더라도 그 집행을 유보하는 게 맞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최근 한 지방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입법부의 사안을 사법부에서 판단하는 것이 원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헌재 결정전까지는 여야와 정부 모두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디어법은 국민이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온통 매달려 있어야 하는 그런 법도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마치 조급증에 걸린 환자처럼, 미디어법 후속절차를 강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언론 관련 법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언론 관련 법 처리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게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황부군 방송정책국장은 지난 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시행령은 (법 시행 예정일인) 11월1일 이전까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지 않는 한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행의지를 드러냈다.

    만에 하나 그러다 헌재가 ‘무효’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는 어찌하려고 이러는지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이고, 그리되면 국민들도 수긍하게 될 터인데 뭐가 그리 급해 안달인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 등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 거리에서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외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헌재에 압력을 놓기 위한 수단은 아닌가?

    정부의 미디어법 후속절차 강행방침이 헌재에 압력을 놓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는 것처럼, 민주당 등 야권의 거리투쟁 역시 같은 압력수단으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의 그런 태도가 틀렸다면, 야당의 이런 태도 역시 바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제, 이성을 찾고 차분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 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는 ‘민생정부’, ‘민생국회’가 되어 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