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개헌론은 박근혜 힘빼기?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8-31 14:59:23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앞서 필자는 수차에 걸쳐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과 관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한 바 있다.

    즉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두려워한 한나라당내 친이 세력들이 개헌을 통해 박 전 대표를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것.

    실제 필자는 지난 5월25일 칼럼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의 핵심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 타깃은 정확하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일 것”이라며 “즉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그를 외교에나 나서는 ‘얼굴마담’ 대통령으로 격하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뜻”이라고 강하게 의구심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 6월12일 칼럼에서도 “개헌을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민주당에게 권력을 넘겨줄지언정, 박 전 대표에게는 권력을 넘기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었다.

    또 지난 7월12일자 칼럼에서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민주당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은 십분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는 한나라당에서 굳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반문한 후 “친이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갖는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꼬집었었다.

    그런데 필자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민주당에서 소위 ‘전략통’ 으로 통하는 이강래 원내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에 몰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투쟁 때문”이라며 “친이계 속내를 보면 지금 상태로는 2012년 대선이 치러지면 박근혜 전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두려움 또는 공포를 갖는 것 같다. 바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 대통령에게는 껍데기만 주고 실권은 친이계 총리가 갖겠다는 권모술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개헌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했던 사람이다.

    이런 그가 뒤늦게나마 개헌 음모의 실체를 간파하고, 여권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끝까지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고 믿으면 큰 오산이다.

    민주당은 당장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느라 이를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지형변화에 따라 오히려 민주당이 앞장서 이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개헌논의를 정치권에 맡겨서는 안 된다.

    국회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종인)가 이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가 개헌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김종인 위원장은 “헌법개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위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논의와 발의를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과연 이같은 논리가 맞는가.

    아니다. 국회와 각 정당, 특히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힌 개헌의 논의주체가 될 수 없다.

    이날 자문위가 적합한 정부형태로 ‘이원정부제’와 ‘국무총리 없는 대통령제’를 동시에 제시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실시할 경우 국회의원의 권한은 막강해진다. 국회의원들 중에서 각료가 선출된다. 반면 자문위가 제시한 대통령제를 실시할 경우, 국회의원은 절대 각료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어느 형태를 선호하게 될까?

    자신들이 장관도 겸임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까? 아니면 자신들은 절대 장관을 할 수 없는 방안을 선택할까?

    그 결론은 보나 마나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닐까?

    경고하거니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4년 중임제 개헌이라면 몰라도, 단지 ‘박근혜 힘 빼기’ 식 개헌이라면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치권은 여론조사 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지금 당장 모든 개헌논의를 중단해 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