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온 ‘허진호표 멜로’ 이번엔 해피엔딩

    문화 / 차재호 / 2009-09-23 19: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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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성-가오 위안위안 ‘호우시절’서 국적초월 연애담 펼쳐
    사랑에도 국경이 있을까. 배우 정우성(36)과 중국배우 가오 위안위안(30·高圓圓)이 영화 ‘호우시절’을 통해 묻는다. 그리고 답한다.

    “사랑에 지역 감정은 있는 것 같지만 국경은 없는 것 같다”(정우성), “사랑이든 영화든 마찬가지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가오 위안위안)
    반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김치를 먹었다면 우린 금방 사귈 수 있었을텐데”(동호·정우성 분), “당신이 중국요리를 잘 먹었다면 우리는 벌써 결혼했을 것”(메이·가오 위안위안 분)이라고…. 사랑에 국경은 없을지언정 장애물은 있다는 얘기다.

    극중 정우성은 돼지 내장탕을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혐오식품일 수 있는 중국 음식이다. 정우성 역시 “향을 빼고 요리를 했건만 면에서 나는 특유의 향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고 기억한다. 가짜였다고 했다가 진짜 돼지내장탕인데 잘 먹는다고 놀려대는 스태프들의 반응이 정우성은 아직도 긴가민가 하다. 돼지내장탕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뭔가를 접했던 것이다.

    가오는 한국의 소주를 맛봤다. 식도를 태울 듯한 중국의 술에 비하면 소주는 약과였다. “일본 청주나 소주나 색깔이 같아서 맛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정말 맛있었다”는 것이다. “물 같이 술술 넘어간다”는 시음기를 허진호(46) 감독에게 전했다.

    허 감독은 회식 자리에서 뱉은 가오의 코멘트를 즉각 영화에 적용했다. “소주는 물 같아요”란 메이의 대사는 실제 가오의 발언이다. “쓴 중국술에 비해 한국 술은 물 같다”는 세부 설명까지도 그대로 옮겨적었다.

    눈치가 없는 탓에 남녀 사이를 훼방 놓는 ‘지사장’ 역의 김상호(39)는 잔잔한 멜로에 적잖은 파동을 일으킨다. 담백하고 어쩌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코믹 양념을 뿌리는 존재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는 그를 두고 감독은 “실제로 중국에서 10년 넘게 일한 연출부보다 발음이 더 좋다고 한다”면서 “전생에 중국사람이 아니었냐”고 농담했다.

    호우시절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에 이은 허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엔딩장면에는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잇다.

    감독이 중국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 갔을 때 접한 ‘두보 초당’이란 공간이 영화로 형상화된다.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장소가 바로 두보초당이기도 하다. 두보(712~770)라는 인물과 시는 영화 전반에 녹아있다.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정우성분),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가오 위안위안 분)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설음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둘은 점점 가까워 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춘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첫데이트, 첫 키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이번엔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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