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저술인생 반세기’ 잔칫상 받아

    문화 / 차재호 / 2009-11-29 19: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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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평론집 ‘저항의 문학’ 50주년 맞아 출판업계 기념식 헌정
    “인생을 혼자서 걷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동행자와 반세기를 함께 해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올해로 저술활동 50주년을 맞이한 이어령(75) 전 문화부 장관은 27일 “지금껏 많은 것을 혼자 해왔는데 이 자리를 통해 여러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며 “내가 평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서울 국립극장에서는 이 전 장관이 1959년 발표한 첫 문학평론집 ‘저항의 문학’ 출간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금성출판사, 동화출판사, 문학사상사, 민음사, 삼성출판사, 생각의나무, 웅진씽크빅, 푸른숲, 현암출판사 등 9개 출판사와 독자들이 이 전 장관의 저작에 경의를 표하는 자리다.

    이 전 장관은 “감사드려야 하는 자리인데 먼저 사과를 드려야겠다”며 “내가 기획한 행사가 1초라도 지루하면 용서하지 않는데 너무너무 지루해 가슴 졸이며 안절부절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본 나라현의 아라이 쇼고(64) 지사도 참석, 이 전 장관을 나라현 현립대학 명예학장으로 추대했다. 일본의 국공립대학이 외국인을 명예학장으로 추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라이 지사는 “이 전 장관의 저술 활동 50주년을 축하한다”며 “이 전 장관이 나라현 현립대학 명예학장이 된 것은 나라현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게도 영광”이라고 우리말로 또박또박 밝혔다.

    ‘저항의 문학’ 초판본을 소장한 독자 김순희(60)씨와 초등학생 김민지(10)양은 헌사를 읽었고, 제자인 문학평론가 김용희(46·평택대 교수)씨가 헌시 ‘이어령을 읽는 겨울밤’을 낭독했다.

    인간문화재인 하용부(54)씨의 북춤, 안무가 국수호(61)씨의 신무(神舞), 김덕수(57)씨의 사물놀이 등이 축하무대로 펼쳐졌다. 조각가 이일호(63)씨는 이 전 장관의 손을 떠서 만든 모뉴망을 헌정했다. 이 전 장관은 ‘닭은 빛을 토해도 울지 않는다’라고 적힌 모뉴망의 글을 보며 “내가 닭띠인 것을 알고 이런 문구를 써준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 전 장관은 서울대 문리대에 재학 중이던 1955년 문리대학보에 ‘이상론(李箱論)’을 발표, 평론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6년 한국일보에 기성의 문단을 비판한 평론 ‘우상의 파괴’를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저항의 문학’을 시작으로 1960년대 초 출간돼 그동안 250만부 이상이 팔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축소 지향의 일본인’ 등 숱한 명저를 내놓았다.

    일흔을 넘기고도 왕성한 창작열로 ‘디지로그’(2006)와 ‘젊음의 탄생’(2007),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008)와 ‘생각’(2009) 등을 발표하며 젊은 독자층까지 끌어들였다. 이 전 장관의 저작은 160여권에 이른다.

    이화여대 교수, 문예지 ‘문학사상’ 주간, 초대 문화부 장관 등을 거쳐 이화여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고문 등을 맡고 있다.

    “평소 진부하고 상투적이라 이 말을 꺼려왔었는데 이날 자리에서는 꼭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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