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101번째 아닌 첫번째 영화처럼 찍겠다”

    문화 / 차재호 / 2009-12-01 19: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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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길어올리기’ 내년 1월 크랭크인
    거장 임권택(75·사진) 감독이 101번째 영화로 한지를 소재로 한 ‘달빛 길어올리기’를 택했다. 강수연(43), 박중훈(43)이 남녀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임 감독은 1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101번째가 아닌 새로 데뷔하는 감독의 첫 번째 작품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면서 “100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쌓인 그동안의 임권택으로부터 도망치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달빛길어올리기는 임권택 영화 최초로 디지털로 제작된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임권택이 신인감독의 자세로 스스로를 낮추는 이유다. 현 시점 영화 판도를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로 보는 감독은 “나도 디지털을 좀 알아야겠고 해서 저질러 보기로 했다”고 알렸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삶과 역사를 다룬 영화를 많이 만들어왔다”는 임 감독은 “2년 전 전주영화제 측에서 한지와 관련한 영화 제의를 받아 선뜻 수락했다”고 연출 동기를 전했다.

    하지만 “한지의 세계가 훨씬 깊고 다양해 준비과정에서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준비하는 동안 후회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굉장히 큰 경험을 한 작품이다.”
    달빛길어올리기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실험적이고 어찌 보면 굉장히 서정적인 타이틀”이다. “종이에 미쳐서 사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달빛과 함께 녹이겠다”는 연출 의도를 한지 복원사업이라는 스토리로 풀어낸다.

    임 감독은 “내 영화는 촬영이 끝나야 시나리오가 비로소 완성된다는 험담을 매번 들었다. 이번에도 어제야 비로소 얼개가 확실해졌다”고 털어놓았다. “12월 10~20일께 되면 초고가 확실해지고, 12월 말이든 1월 말이든 큰 것이 해결되고 결정될” 듯 하다.

    영화의 배경은 한겨울이다. “얼음 언, 공해 없는 그런 곳에서 흐르는 물을 떠냈을 때 제일 좋은 우리 전통 한지가 만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왜 하필 겨울에 찍으려 하느냐 하는데 오히려 얼음이 녹아 물만 흐르면 겨울 종이 뜨기가 주는 영상이 십분 찍히지 않을까 그게 우려스럽고 걱정스럽다.”
    달빛길어올리기는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지원, 제작한다. 내년 4월 JIFF 개막작으로 상영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8~10일 크랭크인해 3월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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