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이 닉슨과 손을 잡았다면

    칼럼 / 김유진 / 2010-07-12 1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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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이따금 나오곤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와 협력해야만 ‘보수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웃고 만다.

    한 정당에 속해 있다면 웬만해서는 당론을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날 한나라당에는 ‘당론’이란 것이 없다. 있는 것은 청와대의 지시 뿐이다.

    더구나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조직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로 게임의 양상은 마피아 패밀리간의 사생결단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한나라당을 과연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정권을 재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심판을 하는 메커니즘이라서 웬만큼 잘하지 않고서는 심판을 통과할 수 없다.

    물러가는 정권이 비리와 무능, 독선과 아집, 그리고 스캔들로 얼룩져 있다면 집권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렵다.

    이명박 정권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보수 연합’을 외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보수 연합’이 아니라 ‘공멸(共滅) 연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정권 재창출을 희망한다면 닉슨과 레이건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1974년에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그 해 11월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참패했다. 하원에서 공화당은 무려 48석을 잃어서 민주당 291석, 공화당 144석이 되었다.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2/3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의석의 1/3만 교체하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3석을 잃어서 상원은 민주당 61석, 공화당 38석이 되었다. 이런 의석 분포는 1976년 선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1976년 대선에선 현직 대통령 제럴드 포드가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 지미 카터에게 패배했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러다가 공화당이 존립을 위협받지 않겠나 하고 우려했다.

    그러나 198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은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레이건은 ‘보수주의’라는 가치와 원칙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공화당이 절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했던 것이 불과 2-3년 전이었는데, 공화당이 다시 집권한 것이다.

    카터의 실패가 레이건의 당선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레이건이 당선된 데는 그가 새로운 슬로건과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닉슨의 공화당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닉슨과 전혀 다른 정치인이었다. 레이건은 닉슨이 존슨 대통령의 ‘큰 정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매한 인격을 갖춘 레이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닉슨식(式)의 권모술수 정치를 혐오했다.

    ‘설득과 대화의 달인(達人)’인 레이건은 자신의 견해를 방송 칼럼을 통해 전파해서 많은 사람들을 ‘레이건주의자’로 만들었다.

    1978년 선거에선 ‘레이건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공화당 정치신인들이 하원에 대거 당선되어 당 지도부를 놀라게 했다.

    레이건은 닉슨 행정부가 워터게이트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두 번 째 임기를 보내고 있었다.

    레이건은 워터게이트와 닉슨 정권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닉슨의 정치 스타일과 정책을 비판했었다. 그런 레이건이 없었더라면 공화당은 워터게이트의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 정권의 말기를 연상케 한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정상화, 환경정책 수립 등 그래도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이명박 정권은 ‘하천파괴’라는 후유증이나 남길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한테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고 정권을 재창출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레이건에게 닉슨과 손잡고 워터게이트의 책임을 승계하라고 주문하는 형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은 ‘MB와의 결별 플러스 알파’라고 할 것이다. MB 정권은 이미 ‘실패한 정권’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은 야권으로 가는 것이 순리이지만, 박 전 대표가 MB와 거리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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