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해상훈련과 이원집정부 개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0-12-20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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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참 걱정스럽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국 미국 일본 대 북한 중국 러시아가 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마치 1차 세계대전의 징후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 그지없다.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 4개월간 지속된 전쟁으로 최초의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다.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 포고로 시작된 이 전쟁은 8월1일에 독일 제국의 대(對)러시아 선전 포고가 있었고,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막을 내렸다.

    이 전쟁은 대영 제국, 프랑스 제3공화정, 러시아 등의 주요 연합국과,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주요 동맹국이 양 진영의 중심이 되어 싸웠으며 무려 900만 명이 전사하는 비극을 초랬다.

    그런데 사실 전쟁은 뭐 대단한 일로 시작된 것도 아니다.

    근본적 원인은 사라예보 사건이다.

    사라예보 사건은 현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암살당한 사건이다.

    이는 반정부적 성향의 학생 4명이 꾸민 사건으로 세르비아 정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세르비아가 러시아 제국의 지원을 받으며 남슬라브 운동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이 사건을 구실로 세르비아와 전쟁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최후통첩을 했고, 예상대로 세르비아가 거부하자 오스트리아는 7월 28일,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자 러시아가 7월 29일 총동원령을 내렸고 8월 1일,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각국은 서로 선전포고를 했고, 결국 대학살의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그와 흡사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한 축을 이루고, 반대편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남북간의 소규모 국지전이 곧바로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말 걱정이다.

    북한이야 원래 ‘도발적’인 정권이라 그렇다 치고 우리 정부는 뭔가?

    우리가 우리의 영토, 우리의 영해 안에서 훈련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소한 국제흐름을 읽을 줄 안다면, 굳이 이런 상황에서 북중러를 자극하는 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즉 우리에게는 훈련할 권한이 있지만, 북한을 자극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연평도 해상훈련의 의지(?)를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군면제자들로 구성된 이명박 정권이 ‘우리도 총 쏠 줄 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객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오 특임 장관은 지난 19일 친이 보수인사들을 중심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실제 이 장관은 이날 KTV 정책대담에 출연해 "정말로 개헌을 해야 되고 아직도 시간은 충분하다"며 거듭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개헌을)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어렵다. 정계 원로나 종교계, 재계, 학계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위한 국민운동기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혹시 북한을 자극하는 것과 개헌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어려우니까 비상시국을 조성해 얼렁뚱땅 개헌을 시도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전쟁 발발 가능성이 단 0.01%라도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권연장, 재집권 욕심 때문에 우리 국민이 전쟁 도박판으로 내몰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현 정부는 어떤 명분이나 가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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