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남북대화 핑퐁게임이 성공하려면

    칼럼 / 관리자 / 2011-01-24 18:07:00
    • 카카오톡 보내기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남과 북이 회담개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방에게 공을 넘기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북은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대화를 하자며 신년 초부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신년사설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조평통 담화와 대남 전통문으로 구체적인 날짜와 의제까지 제시하며 대화제의를 쏟아내고 있다. 단절되었던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복구하고 봉쇄했던 개성공단 경협협의사무소도 복원시키며 성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남측은 북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시종여일한 입장을 고수하며 북이 제안한 회담에 앞서 천안함과 연평도 및 비핵화를 다룰 당국간 대화가 먼저 열려야 한다는 전제적 역제의를 해놓은 상태다. 결국 북이 남측의 회담제의를 받으면 당국이 마주 앉게 될 것이고 남이 북측의 다방면적 회담제의를 수용하면 그 역시 당국간 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어느 쪽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형국이다.
    북이 과연 남측의 역제의를 수용할지 아니면 남이 결국 북측의 회담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딱부러지게 전망하기 어렵다. 지금 남과 북이 각자 처한 입장을 감안할 때 대화 성사 필요성과 원칙 고수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대화성사를 추동하는 요인과 제약하는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남쪽도 대화복원의 필요성과 대화복원으로 인한 부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대화성사 여부를 정확히 전망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짜 속내와 이명박 정부의 본심을 정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즉 북의 대화공세 배경 중에서 무엇이 진짜 우선적이고 선차적인 의도인지를 알아야 하고 또한 남쪽의 대응을 결정하는 데서 가장 일차적인 고민과 우선적 고려사항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의 대화공세 의도와 관련해 굴욕을 감수하고라도 남북대화를 성사시켜야 하는 강력한 내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남측의 역제의와 선조치 요구를 수용해서라도 대화국면을 조성하려 할 것이다. 이는 작금의 대화제의가 단순한 생색용과 책임회피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남한 당국과의 대화재개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속되는 대북 제제와 압박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특히 겨울철 에너지와 연료 부족에 시달린 나머지 남쪽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는 도저히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이번 대화제의가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북한은 남쪽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서 대화를 성사시킬 것이다.
    그러나 북중 협력 강화와 자력갱생 확대로 제재국면을 버틸 여력이 충분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면 지금의 대화공세는 내적 절박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대미 메시지 성격이 강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성의껏 노력했다는 과시용과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을 남쪽에 전가하는 자기 정당화 의도가 우선적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북은 남측의 역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북의 논리와 일정대로 남측의 대응과 상관없이 대화공세만을 지속할 것이다. 결국 북의 처지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내적 절박함이 우선적이라면 지금의 대화국면은 북의 양보로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대미 성의표시용과 정치적 책임전가 의도가 선차적이라면 대화가 성사되어도 좋고 불발로 끝나도 손해볼 게 없다. 그런데 대내적 위기의 반영인지 정치적 의도의 산물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지금으로서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진짜 고민과 우선 고려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필요조건이다. 집권 4년차를 맞으면서 대북정책의 실질적 성과가 없는 채로 긴장고조와 전쟁위험만을 지속하다가 임기를 끝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이른바 실적에 대한 딜레마를 감안하면 지금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도 적절한 모양새를 갖춰 남북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대표가 복지에 이어 남북관계에서도 독자적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서둘러서라도 파탄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원칙을 지키는 강경한 대북기조를 고수하면서도 지난 연말 부처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폐기를 강조하고 신년연설에서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며 여운을 남긴 것도 어찌 보면 임기 말의 남북관계 성과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섣불리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하기 어려운 대내적 정치구조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촛불시위의 와중에도 끝까지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던 충성적인 10% 유권자들은 시청 앞에서 반북 시위를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보수층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주문하고 지지하는 이들 지지층의 요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감사원장 후보 낙마와 여당의 독자행동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임기 말 레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후의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할 지 모르는 대북정책 전환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의 명백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채로 남북대화를 수용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실적은 낼 수 있을 지언정 핵심 보수층의 반발과 이탈을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위험성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북의 잇따른 대화제의를 위장평화공세로 일축하고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지금의 정부 입장이 바로 대북정책 전환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히려 강경정책을 고수해서라도 남북관계 중단에도 불구하고 원칙만큼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전문가 그룹의 조언도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다.
    결국 집권 후반기에 남북관계 실적을 내고 싶다는 정치적 필요성이 우선이라면 일정 정도의 체면치레를 통해 남북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임기말 레임덕과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이라면 북의 선조치 없이 남북대화를 수용할 정도의 대북정책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남북관계 성과가 우선인지 보수여론에 부응하는 원칙고수가 우선인지 이 역시도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다.
    북의 속내와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게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대화 핑퐁게임이 성사될지 결렬될지 전망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상대방의 정확한 본심을 아는 것이 급선무고 그렇기 때문에 남북은 물밑의 비공개 채널을 복원해서라도 서로 진솔한 의사를 교환하고 어느 정도까지 타협이 가능한지 타산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국정원과 통전부 채널이라도 가동해서 북이 어디까지 양보 가능한지 또 남이 정말 대화복원의 의지가 있는지를 알아야 허공에 대해 주고받는 공허한 말장난이 아니라 진정 대화성사로 귀결될 수 있는 생산적인 대화제의가 될 것이다.
    /폴리뉴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리자 관리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