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강행의 득과 실

    칼럼 / 관리자 / 2010-12-26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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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학 교수)

    불안과 우려 속에 재개된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일단 종료되었다. 안보 리더쉽에 상처를 입었던 이명박 정부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명예회복을 위해 지불한 댓가는 오히려 더 크다. 사격훈련 반대를 주장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면서 한반도 위기고조를 비난했고 국제사회는 전쟁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며 숨죽인 채 지켜봤다.

    무도한 북한 도발의 명백한 피해자였던 한국이 오기를 앞세운 사격재개 강행으로 한순간에 가해자로 오인받을 만했다. 도리어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자로 한국이 비판받는 형국이 된 것이다. 연평도 주민의 두려움과 국민들의 전쟁 공포심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굳이 이 시기에 사격훈련을 강행했지만 못했던 것을 기어이 해냈다는 자기만족 말고는 별로 얻은 게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심각한 대결구도를 심화시켰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정상적 관계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오랜만에 갑의 위치에서 북한에게 쓸 수 있는 카드를 이렇게 서둘러 소진해버린 것도 효용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훈련을 재개하려면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최대한의 대북 효과를 얻을 수 있었어야 했다.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맞대응을 자제한 북한의 태도는 훈련 강행이라는 한국 정부의 카드를 멋적고 허망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북한은 훈련재개 당일 날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협상과 대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작정하고 사격을 해대는 날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수용하고 핵연료봉을 해외로 반출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제시했던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표한 것이고 특히 연료봉 반출은 2.13 프로세스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내켜하지 않는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북한의 6자회담과 북미협상 재개의사는 일정하게 먹힐지도 모른다. 무리해서 큰 맘먹고 훈련을 강행했는데 향후 북의 제안과 미중의 화답에 의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이명박 정부는 한순간에 닭쫓던 개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쏘고 싶은 포탄을 다 쏘고 나서도 마음이 후련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훈련 강행 이후에도 여전히 연평도는 안전하지 못하고 한반도는 평화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맞대응은 피했지만 북은 2차 3차의 강위력한 타격을 장담했다. 여전히 연평도는 불안하고 서해바다는 긴장상태고 한반도는 위기상황이다. 언제라도 추가 도발과 무력 응징이 맞교환되는 일촉즉발의 팽팽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평화는 군사력에 의한 억지로 달성되는 게 결코 아니다. 무력 대 무력의 맞대응은 일시적으로 도발을 억지하겠지만 맘속 깊은 적개심을 해소하지 못한다. 군사적 조치의 사후 대응은 그래서 불안한 억지에 그칠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올바른 관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의 필요와 유혹을 아예 느끼지 않게 하는 정상적인 남북관계야말로 연평도의 안전과 서해바다의 평화를 완성할 수 있다. 수백만이 희생당한 양차대전을 치뤘지만 지금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 수비대가 상대방의 총을 자신을 겨눈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은 바로 상호 인정과 협력의 올바른 양국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파탄나버린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상호 공존과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로 전환시켜야만 불안한 억지를 넘어 안정적인 평화로 갈 수 있다. 연평도에 무력을 증강배치하고 폭격기를 띠우고 미사일을 준비하는 서해바다는 결코 온전한 평화를 이루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공동어로구역에서 남북의 어민이 함께 고기를 잡고, 개성과 해주에서 남북 근로자가 같이 일하고, 남과 북이 한강하구 모래를 걷어서 함께 나누고, 남북의 배들이 자유롭게 항해하는 서해바다라면 더 이상 연평도는 불안한 섬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답은 10.4 선언에 나와 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효하다.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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