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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복 노원구의장)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중 하나가 자녀를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예방접종 비용이다. 현재 영유아 예방접종은 국가의 비용 지원 여부에 따라 필수 예방접종과 선택 예방접종으로 구분된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필수 예방접종은 신생아 때부터 만 12세까지 전염병에 따라 8종의 백신을 22회에 걸쳐 접종하고 있다. 종류는 소아마비, B형 간염, 일본뇌염, 수두,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MMR(홍역·이하선염·풍진), Td(파상풍·디프테리아), BCG(결핵) 등이다.
하지만 필수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는 본인 부담금이 무료지만, 민간 병의원에서 접종할 경우 30%만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70%인 1만 5,000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해 서민층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비용 절약을 위해 평소 다니던 집 인근의 병의원을 두고 자치구별로 한 곳 뿐인 보건소를 이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통 불편 등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보건소에서 무료접종을 하더라도 백신 물량이 조기에 소진 시에는 민간병원을 찾아야 하고, 지자체의 예산 사정에 따라 무료 접종 혜택이 달라지는 등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이에 비해 미국,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 2006년 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통하여 필수 예방접종 사업을 민간 의료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왔다. 그나마 그동안 일부 지원되던 예산도 올해는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전액 누락시켰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 부랴 추경에 편성하는 등 분산을 떨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우리나라 필수예방 접종률은 7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진 95%에 턱없이 낮은 수치다. 비용 지원 확대를 통하여 민간 병의원에서도 필수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접종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국민 생명보호와 안전 차원에서 필수 예방접종뿐 아니라 선택 예방접종 비용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선택 예방접종 대상은 A형간염, 뇌수막염(Hib), 폐구균, 로타바이러스, 독감 등을 말한다. 특히, 영유아 설사병인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5세 미만 영유아 10명 중 9명 이상이 감염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필수 예방접종 항목에 포함시켜 국가 차원의 우선 관리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반면에 외국의 선진국은 물론 세계보건기구 회원국의 절반이상이 이들 선택 예방접종 대상을 필수접종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뇌수막염은 세계 120개국이 필수 항목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택 예방접종은 비용 지원이 전혀 안되는데다 한번 접종으로 끝나지 않고 종류에 따라 2회에서 4회까지 접종해야 해 모두 접종하려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부모로서 의사의 권고도 있고 면역력이 부족한 아이를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비용이 비싸도 대부분 접종하게 된다. 형편이 어려워 제때 접종을 못하는 부모들은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다.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의해 미래의 희망인 아이의 생명이 담보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백신의 비용이나 효과 등을 검토하여 필수 예방접종 대상 항목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가계의 과도한 예방 접종비 부담은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에 역행한다. 예방 접종비 지원은 영유아를 둔 가정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저 출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다. 게다가 아동의 전염병 예방 접종률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질병 발생률이 줄어 국민 의료비 상승을 완화시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한나라당이 “국가가 미래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영·유아 및 아동에 대한 필수 예방접종 비용 전액(약 511억원)을 부담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 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건강 백년대계를 위해 계획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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