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직업 특성상 배우라면 누구에게나 ‘고진감래’라는 옛말이 어울린다. 이 말이 그 누구보다 딱 맞는 배우가 있다. 도회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이시영(29·사진)이다.
KBS 2TV ‘연예가 중계’ MC로 맹활약하고 있는 데다 주연으로 열연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감독 김진영·제작 전망좋은영화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출연 때문에 배운 복싱은 지난 1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복싱 선수권대회’ 48㎏급 우승으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한 마디로 요즘 생애 최고의 해를 맞고 있는 그녀다.
이시영은 결코 ‘깜짝스타’는 아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참고 기다리며, 마음 졸이고 방황했을는지도 모른다.
작품 출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봐야 했다.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서는 캐스팅은커녕 드라마나 영화의 오디션 정보조차 구할 수 없는 연예계 생리상 좋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은 이시영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20대 중반에 달한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은 본 적도 없었고 기획사 오디션만 수십 차례 봤을 거에요. 그때마다 ‘너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나이가 많다’부터 ‘결혼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까지….”
이어 그녀는 “사실 23, 24살까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조급해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성격이 변하더군요. 더 하고 싶어지더군요. 마음도 한결 편해졌고요”라고 덧붙였다.
나이만 어리면 내년 런던올림픽에 나갈 정도라는 격찬을 받고 있는 복싱도 처음에는 하기 싫어서 도망치다 어느 순간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건가?’하는 오기가 생겨 오히려 적극적으로 한 뒤 그런 성과를 냈다는 이시영이니 어련했을까 싶다.
이시영은 천신만고 끝에 작은 기획사에 들어간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가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다시 벌판으로 나오게 된 이시영은 기획사 오디션, 드라마나 CF 오디션 등을 닥치는 대로 치르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나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됐다.
25세 되던 2008년 케이블채널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신드롬’의 오디션에 합격한다. 그리고 이때 받은 호평에 힘입어 지금의 소속사(GNG프로덕션)에 둥지를 틀게 된다.
이후 이시영은 홀로 바닥에서 갈고 닦아온 열정과 끈기에 소속사의 체계적인 관리를 더해 공력을 극대화, KBS 2TV ‘꽃보다 남자’(2009), SBS TV ‘천만번 사랑해’, SBS TV ‘부자의 탄생’(2010), MBC TV ‘장난스런 키스’(2010) 등 드라마와 영화 ‘오감도’(2009), ‘홍길동의 후예’(2009) 등에 연거푸 캐스팅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시영은 스타의 향기에 취해 있지만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장단점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말한다.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쌓아온 스펙이 적고, 연기 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계속 큰 역할을 맡으니 논란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시영이 택한 길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해나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첫 주연작으로 코미디 영화인 ‘위험한 상견례’를 택하고, 차기작 역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커플즈’(감독 정용기)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코믹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까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하려고 해요. 섣부른 변신보다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밝은 캐릭터로 인정을 받고 나서 다른 연기에 도전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죠.”
그렇다고 결코 등을 보일 생각은 없다. 오히려 외모 못잖게 아름다운 의지와 끈기로 인정받고 있는 이시영답게 더 용감하게 대시하려고 한다.
“더 노력할 거에요. 물론 앞으로 달려가다 보면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연기 생활을 해온 시간들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감수하면서 노력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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