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 눈가리고 아웅해서는 안된다

    칼럼 / 안은영 / 2011-04-06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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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하나. 4.7% 방어?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 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왔고, 각종 정부 대책들이 약발이 먹혀서 그나마 4.7%로 막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참 재미있는 주장이다. 정부가 그 동안 물가를 잡겠다고 해온 대책의 내용을 보면 물가를 잡을 실질적인 조치들은 전혀 없었고, 관치를 동원한 압력만 행사한 것이다. 그런 조치가 민간 기업에게 먹혔을 리는 없고, 애꿎은 공기업들만 어쩔 수없이 요금을 올리지 못했나 보다. 3월 물가 상승률을 보면 유일하게 공공서비스만 0.6%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4.7%나 5%나.

    5%는 넘지 않았다고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좀 우스꽝스럽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손 놓고 있으면 야단맞을 터,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할 테지’하고 이해하고 넘어가자.

    한 가지 더, 그나마도 민주당이 도와줬기 망정이지. 무상급식 안 해줬으면 5.1%였다!!!
    둘. 4.7%의 책임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물가 급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이상기후와 구제역이다. 농수축산물 가격 그중에서도 신선식품 가격을 급등하게 만들었다. 물가는 경제부처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기상청보고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구제역 발생전 방역체계와 발생후 사후관리에 허점이 생긴 결과다.

    한국은행이 존재 이유인 물가관리를 내팽개치고 기획재정부의 머슴 노릇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통령에게 정기보고까지 한다고 하니 기재부 머슴치고는 상머슴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는 나서서 한국은행이 내팽개친 물가를 책임져야하고, 그 일을 공정위가 하겠다고 나섰다. 담합과 편법인상 여부에 대한 강력 조사 계획을 밝혔는데, 그래도 물가가 잡히질 않는다.

    신선식품 가격 급등에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도, 그것도 안되면 이상기후 관리를 제대로 못한 환경부와 기상청도 나서야 할 듯하다.
    셋. “기름값이 묘하다”

    유가는 급등하는데 유류관련 세금 낮추기는 망설여지고, 누군가는 희생양을 만들어야 할 터. 정부는 그동안 정유사들에게 원죄를 뒤집어 씌워왔다. 대통령도 “기름값이 묘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해서 기름값이 비싸다는 것이 정부 주장의 요지인데, 그것을 증명하자고 석유가격 태스크포스가 용역까지 내줬다.

    그런데 정말로 답답한 일이 벌어졌다. 분석 결과가 정부가 아닌 정유업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유업계를 희생양 삼으려고 했었던 정부로서는 뜻대로 안되서 참 답답한 노릇일 게다. 구조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 시기를 계속 연기해오고 있는데. 용역 한다고 새롭게 내놓을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용역 안한다고 대책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미 정유업계 잘못 없다는 내용이 기사로 다 새나간 마당에, 용역비용 아껴서 서민들 교통 보조금이나 지급할 것을 하면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정안되니 이번에는 기업들 팔 비틀기로 작정했던 모양이다. 정유업계가 자진해서 ‘내가 잘못이요. 내가 폭리를 취했소’하고 자백하게 만드는 방법을 쓴 모양인데. SK가 결국은 손을 들었다. 100원씩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을까,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바로 논평을 냈다.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의 가격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과 상생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기 바란다.”

    SK의 기름값 인하 이유가 걸작이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SK에너지 사장이 한국은행 총재 일도 맡은 것 같다.
    넷. 슈퍼장관 주니어

    장관 중의 장관이라던 ‘슈퍼장관’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공직을 물러났다. 금융기관 기관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 정부에는 슈퍼장관 주니어가 아직도 버티고 있다. ‘슈퍼장관’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세장관’ 정도는 된다. ‘슈퍼장관’과 ‘실세장관’은 지난 외환위기 때에도 주무차관-주무과장으로 손발을 맞췄었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초반부터 다시 팀을 이뤄 환율을 끌어올려 놨다. ‘747’을 달성할 수단은 별로 없는 상황이었고. 억지로 4~5%라도 만들려면 환율을 끌어올려서 수출 경기를 살리는 것밖에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수출이 늘어서 경제가 성장하면 뭐 나쁜 것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수출에 집착하는 것은 당장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물가를 자극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내수를 죽이게 된다.

    내수가 죽으니 더 수출에 매달리게 되고, 그 끝은 20년을 잃어버리고도 회복을 못하는 일본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고환율 덕분에 제조분야의 수출대기업은 엄청난 순이익을 기록하고 내수 서비스 중소기업은 그 댓가를 치루기에 다들 허덕거리고 있다. 서민들은 나날이 높아만 가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한없이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 고환율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환율이 가져오는 소득 양극화 효과를 사람들이 드디어 눈치챘나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슈퍼장관 주니어가 지식경제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2.1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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