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 “내 삶은 매일매일이 애드리브”

    영화 / 관리자 / 2011-04-12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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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상한 고객’서 조미료 역할 톡톡… 감초연기 충무로 으뜸
    “연기자들에게는 자기 밥그릇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딱 맞는 크기의 밥그릇에 밥을 적당히 담으면 예쁘다. 너무 배고프거나 혹은 배불러서 많이, 적게 담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내 밥 그릇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박철민(44·사진)은 유행어 ‘미친 존재감’을 이름 앞에 달 수 있는 영화배우다. ‘목포는 항구다’, ‘스카우트’, ‘시라노; 연애조작단’, ‘위험한 상견례’ 등에서 활약했다. 다양하고 맛있는 영화라는 요리에 최상의 ‘조미료’로 역할을 다하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다.

    이번에는 다르다. ‘수상한 고객들’(감독 조진모)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히죽거린다면 ‘미친×’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전혀 웃기지 않는 캐릭터다. 가족을 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다. 게다가 사회적 존재감과 위치도 한없이 낮아지기만 한다.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웃음을 주지 않고 내면의 아픈 마음을 조심스럽게 전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과 설렘이 동시에 있었다”며 솔직하다.

    “‘수상한 고객들’에서는 약자와 소외계층, 주변 사람들의 삶의 아픔과 고통을 숨기지 않고 끄집어내 솔직히 표현하려 했다. 서로 아파하는데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꼭 있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대사의 톤이나 감정 선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감독한테 녹음을 다시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3시간 동안 자신이 등장한 부분을 재녹음해 목소리 톤은 물론, 상황을 좀 더 현실감 넘치게 만들었다.

    박철민은 2009년 저예산 영화 ‘아버지’에서 좀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주연이라는 그릇은 “전체를 책임져야 하고 감정선도 유지하기에 버겁다”는 점을 깨달았다. 응당 감수해야 하는 영화홍보활동도 “너무 많이 인터뷰를 해서 이가 빠지는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연기 초창기에는 주연은 더 정답이고 멋진 것, 조연은 틀리고 나쁜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아니다. 대중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봐라. 주연과 조연들이 섞인다. 유해진, 오달수 등을 봐도 알 수 있잖나.”

    박철민은 “일부러 애드리브를 하려고 하는 배우는 아니다”면서 “재밌고, 촐랑거리거나 익살을 떠는 캐릭터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것을 살리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애드리브가 만들어지는 거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매일매일이 애드리브 아닌가”라며 웃었다.

    연기를 업으로 삼은 지 20여년이다. “주연이 신나게 빛나면 결국 조연들도 빛나게 돼 있다”며 “도와주다가 빛나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하니 절대 주연을 질투, 시샘하지 않는다”는 마음이다. “조연이기 때문에 더 빨리 캐릭터에 빠지고 또 빠져나올 수 있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물론 약간의 부러움은 있다. 최근 ‘7광구’를 함께 찍은 영화배우 하지원(33)을 특기했다. “하지원이라는 친구가 어떤 역할에 석 달 정도 너무 깊숙하게, 완벽하게 살다가 못빠져 나와 헤매는 모습을 봤다”며 “안타깝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연극 무대에서 하루 100명, 많게는 120명을 만나 희로애락을 전해주며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다만 지금은 페이가 많아지거나 박수소리도 다양해지고 칭찬도 많아졌다. 60대가 되거나 혹은 수년 내 예전처럼 작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시기가 올 때, 어떤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의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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