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눈물을 굉장히 절제했어요. 그런데 감독이 눈물이 너무 없다고 하더라고요. 호호호.”
21일 개봉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독 민규동)은 관객의 가슴을 후벼판다. 자궁암 말기인 엄마(아내 혹은 며느리, 누나) 인희(배종옥)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고 작심한 영화다. 기존의 강인한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참여한 것 같은 배종옥(47)은 “슬픈 상황을 꼭 눈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제가 연기를 할 때 때로는 오열도 하지만, 눈물이 안 나와도 장면을 생각하면 슬플 때가 있어요. 막 우는 감정 연기도 좋아하지만 울지 않으면서도 아픔이 느껴지는 연기를 좋아한답니다.”
배종옥은 “어떤 슬픈 상황이 자꾸 눈물을 강요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과연 이 상황을 표현할 방법이 눈물뿐일까’라고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며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고민했다.
연일 가족만 생각하며 자신의 병에 무덤덤한 엄마가 죽음과 마주하자 눈물을 쏟아내고 아파하는 화장실 장면보다 남편과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에필로그 장면이 인상깊었던 이유다.
“화장실에서 밤 여덟시부터 새벽 네시까지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피 토하는 장면보다 오히려 침대 대화 장면과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리며 대화하는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배종옥은 “침대 대화 장면이 ‘부연 설명이고, 낯부끄러운 장면 아니야?’했는데, 평생 의지해 온 남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축복이라는 감정이 왔다”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이 ‘인희야, 인희야’ 부르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나도 죽을 때 이런 이별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만족해했다.
겹치지 출연을 거의하지 않는 배종옥이 SBS TV 일일드라마 ‘호박꽃 순정’에 나오면서 이번 영화를 한 이유는 뭘까. 특유의 강한 이미지도 좋지만 “한 편으로는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 이미지를 가져가야 자연스런 배우가 되지 않을까 했다”면서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 무리해서 결정하기를 잘했다”며 즐거워했다.
또 ‘맑고 깨끗하고 예쁜 이미지의 엄마를 가지고 가고 싶다’는 민 감독의 제의와 1996년 4부작 원작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도 배종옥을 이 영화로 끌어들였다.
부담도 있었다. 자신이 죽으면 치매 걸린 노인을 누가 보살필까 하는 걱정에 어머니를 죽이려 한 장면이 마음에 걸렸다.
“작품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자 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이라며 “내가 이야기를 잘 끌고나가 저기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했다”고 고백했다.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밥을 먹어도 소화도 안 되고 부담스러웠어요. 찍은 다음에는 뭔가 부족하다 싶어서 다시 찍은 컷도 몇 장면 있고요. 단순히 죽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안타까움과 연민, 어쩔 수 없는 마음 등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있거든요.”
“배우는 외롭다”는 지론의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모든 스태프가 쳐다보는 데 그 숙제를 혼자서 풀어야 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면서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 순간을 넘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웃었다.
“물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열 개 작품을 하면 한 번 올까 말까 해요. 그 기쁨을 얻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거짓말’을 좋아하는데 촬영하러 가기 전 마음이 항상 설레였죠. 마치 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으로 나에게 저런 감정이 있구나 할 정도로 놀랐었죠.”
아름다운 중년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멜로를 하고 싶단다.
배종옥은 “다른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도 이미지가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미지 변화보다는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나를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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