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좀비로 출연시켜 달라 조르는 중”

    영화 / 관리자 / 2011-04-27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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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 영화화
    “내 만화가 계속 영화화되는 이유는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껄껄껄.”

    신작 ‘당신의 모든 순간’(총 4권)을 펴낸 만화가 강풀(37·강도영)은 25일 “영화는 상업성과 결부된 장르이기 때문에 검증된 이야기를 찾는다”며 “내 만화가 좋은 반응이 있어 영화계가 검증된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관계자들이 홀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당신의 모든 순간’은 작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에 33회에 걸쳐 연재된 웹툰이다. 최근 영화제작사 청어람과 영화화 계약을 했다.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이은 강풀의 네 번째 순정만화다. 앞의 세 작품 모두 이미 영화로 옮겨졌다. 특히, 지난 2월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관객 150만명을 넘어섰다. 이것들 외 강풀의 작품 중 ‘아파트’가 영화로 나왔으며 ‘26년’, ‘타이밍’, ‘이웃사람’ 등도 영화화 판권이 팔렸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뺀 나머지 영화들의 흥행성적은 좋지 못했다. 강풀은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영화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내 작품이지만,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내 권리는 감독과 영화사를 선택하는데까지”라며 “이후에 간섭은 하지 않지만 원하면 도움은 준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남자와 시민군의 아들딸이 26년이 흐른 뒤 모여 법이 심판하지 못한 당시의 최고책임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팩션 ‘26년’은 영화화 작업이 순탄치 못하다. “나도 환장하겠다. 진행 중이었는데 투자와 제작비 문제로 엎어졌다”며 “5월이 다가오고 있는데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당신의 모든 순간’은 2012년 새해 첫날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가운데 살아남은 주인공이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옆집 여자를 지켜준다는 줄거리다. 오로지 재미가 목적이고 만화에 메시지를 따로 넣지 않는다는 강풀은 “재미가 없으면 의미 전달이 불가능하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기억이 아닐까’라는 생각 외에는 별다른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순정만화’에서 우산 장수로 잠깐 출연한 강풀은 “반나절을 찍었는데 영화에는 10초밖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후에는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모든 순간’에는 좀비 엑스트라로 얼굴 안 보인 채 서성거리는 캐릭터로 출연시켜달라고 조르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취재를 중시한다는 강풀은 ‘당신의 모든 순간’의 배경인 허름한 아파트를 그리기 위해 고척동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이두호 선생님은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라고, 허영만 선생님은 ‘만화는 발로 그리는 것’이라고 말씀했다”며 “사전 취재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그림을 못 그리겠더라. 취재를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데 어떤 작품을 그릴 때는 수천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알렸다.

    만화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만화계 진입 구조가 예전에는 위에서 발탁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아래에서부터 선택되는 것 같다”며 “독자들의 반응으로 인해 만화가가 될 수 있는데 그 모델이 됐던 사람이 바로 나”라고 자부했다. “나는 온라인에서 만화 그리는 것을 원했던 사람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안 되니 온라인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만화가가 되기는 쉬워졌는데 그 만큼 살아남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

    프리랜서지만 1년 중 5개월의 연재 기간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업실로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한다”며 “2명의 어시스던트와 작업실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아내가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고 전했다.

    만화를 그리면서 나이에 비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나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니 후배들에게도 만화를 그리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며 “포털사이트와 웹툰 작가의 관계 등 만화계의 수익 구조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들이 너무 순진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람은 본래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는다”는 답변이다. “한 때는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서로 얽히는 관계가 좋습니다. 아직도 사람이 선하다고 믿어요. ‘당신의 모든 순간’에도 사람들의 기본적인 성향을 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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