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결혼하고 싶은 그 순간에 결혼하고 싶은 이성이 있다면 결혼하게 되고,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 다음 타이밍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 양정아(40·사진)도 그런 경우인 듯하다.
1992년 MBC 탤런트로 ‘우리들의 천국’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양정아는 장동건(39), 김찬우(42), 최진영(1971~2010), 전도연(38) 등과 공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1994년 드라마 ‘종합병원’ 때까지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4~5년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슬럼프가 오더군요. 부족한 게 느껴져 하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2년 동안 쉬었죠. 확 결혼을 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딱 맞는 사람이 그때 있었다면 결혼을 했겠죠.”
타이밍을 놓쳐서일까? 불혹이 되도록 싱글이다. 1990년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것을 거론하지 않아도 30대 중반 이하로 보일 정도로 젊고 세련된 미모를 자랑한다. 168㎝ 48㎏의 늘씬한 몸매는 20대 후배들 저리가라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을 않고 있는 것은 한국 남성들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모독이다.
올해 양정아는 스크린, 안방극장, 라디오를 누비며 그 어느 해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스크린 데뷔작인 ‘적과의 동침’(감독 박건용)에서 양정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기 평택 석정리에 살던 ‘수원댁’으로 나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억척스럽고 촌스러운 과부를 열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수원댁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에 끌렸어요. 그런 역할에 갈증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여배우인데 얼굴은 시커멓고, 옷은 남루한 것이 싫지 않았을까? “오히려 즐겁고 신났어요.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러워 보일까 해서 땡볕 아래서 살도 태웠고, 펑퍼짐한 아낙네가 되기 위해 살도 2~3㎏ 정도 찌웠어요.” 양정아의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는 ‘양정아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로 보답 받고 있다.
11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로맨스 타운’을 통해 2년만에 안방극장에도 복귀했다. 재력가 ‘태원’(이재용)의 둘째부인 ‘윤주’로 나온다. 극중 ‘순금’(성유리)을 안하무인으로 부리고 성깔도 있는 유일한 ‘악역’이다.
“그 동안 제대로 된 악역을 못 맡아봐서 그런지 차갑고 성격 강한 악역 연기가 그리웠어요. 기왕하는 거 뜨뜻미지근하게 연기하기 싫어서 어떻게 하면 더 욕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이 변신 역시 합격점을 받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속물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있다는 호평이다.
매일 밤 8시반부터 10시까지 SBS 러브FM(103.5㎒) ‘달콤한 밤, 양정아입니다’에서는 DJ로 청취자를 찾아간다.
“주위에서 MBC TV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가 보라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전 절대 출연할 생각이 없어요. 왜냐구요? 실제 결혼을 하고 싶지 가상결혼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