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마’를 찍으면서 엄마에게 화가 났어요.”
2일 개봉한 ‘마마’(감독 최익환, 제작 시네주·더드림픽쳐스, 제공배급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의 주연 중 하나인 류현경(28)이 돌출 발언을 했다. 어머니와 자녀들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의 주인공으로서는 의외다.
‘마마’에서 류현경은 정상급 프리마돈나이자 대학교수인 ‘희경’(전수경)의 딸 ‘은성’을 연기한다. 평소 어머니 같은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던 은성은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에서 유행가를 부르다 어머니에게서 “천박해”라는 모멸에 가까운 질책을 당한다.
그 뒤 은성은 꿈을 접고 되는대로 산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띠동갑의 ‘아빠’ 같은 평범한 ‘오빠’와 사고치듯 결혼해 일찌감치 딸을 낳고 ‘애엄마’가 된 은성은 딸이 자라나자 어머니의 매니저, 운전기사,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평소 어머니로부터 꿈도 없고, 의욕도 없는 ‘밥벌레’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어머니에게 화가 났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류현경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어머니 밑에서 살아온 것일까?
류현경은 “은성이는 어머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요. 어머니의 욕심 앞에 꿈도 포기하고, 그저 어머니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죠. 어머니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숨 죽이면서 살아요”라며 “그런데 현실에서 엄마와 관계는 은성과 희경 모녀와는 정반대에요. 차라리 엄마가 은성이 같다고 할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무한 사랑, 무한 도움, 무한 희생 속에서 살았던 거죠”라고 설명한다.
류현경의 불만은 어머니가 극중 어머니 희경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속죄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마마’를 찍으면서 우리 엄마는 왜 그렇게 사셨는지 화가 났어요. 문득 울화가 치밀어 올랐죠. 이제라도 엄마가 엄마 본인의 삶을 누리고 사셨으면 해요.“
그렇다면 어머니를 위해 류현경은 무슨 일을 해왔을까?
“사실 그렇게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라면서 “저도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싸려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더 바빴으니까요. 그래서 더 죄송한 거죠”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부끄러워 했다.
5월23일 시사회에서 ‘마마’에 함께 나온 유해진(41)은 “엄마는 항상 그리운 사람”, 전수경(44)은 “엄마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는 분”이라고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난 처지다. 또 엄정화(42)는 “엄마는 미련할 만큼 우리를 위하는 사람”이라는 어머니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류현경은 “엄마는 제게 영원한 팬클럽이세요. 제가 한 없이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로 자라나게 해주시고, 무한 애정을 쏟죠. 남들이 ‘쟤 별로다’할 때도, 저를 비난할 때도 제 팬 클럽은 안 그러잖아요. 늘 감싸주고 무한 사랑을 베풀어 주죠. 그런 것이 팬클럽 같아요. 그런 사랑을 어디 가서 받겠어요?”
특히 요즘처럼 연예인들에 대해 악플이 재미처럼 번지는 세상에서 젊은 연예인 딸을 둔 어머니의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딸이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배우보다 감독을 꿈꾸며 비교적 ‘안전한’ 영화인의 길을 걷던 딸이기에 더욱 그러 할 수밖에 없다.
“엄마는 오히려 제가 아역 배우할 때는 걱정을 별로 안 하셨어요. 경북 포항이나 강원도 같은 곳도 초등학교 5학년인 제가 버스 타고 혼자 다녀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놓으셨죠”라면서 “그런데 오히려 요즘에는 제가 정신적으로 힘든 것들을 겪고, 마음 고생할까봐 그만두라고 말씀하실 정도에요”라며 웃었다. 류현경은 1996년 12세의 나이로 SBS TV 설날 특집극 ‘곰탕’에 김혜수(41)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마마’를 찍으며 ‘엄마 바보’가 되길 결심한 류현경은 올해 목표를 정했다. 바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여행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실은 엄마랑 아빠랑 함께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늘 계획해왔어요. 그런데 마음만 먹었지 그렇게 못했네요. 올해 첫 번째 목표인데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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