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 “내게 ‘무도’는 부모… ‘웃고 또 웃고’는 친구”

    방송 / 관리자 / 2011-06-21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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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전성기 누리며 드라마·예능까지 종횡무진 활약

    개그맨 정준하(40·사진)의 스케줄 표에는 1주 내내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MBC TV ‘무한도전’ 멤버들이 프랑스 축구스타 티에리 앙리(34), 피겨스타 김연아(21)보다 바쁜 연예인이라고 하는 것이 빈말은 아니다.


    2011년의 정준하는 앙리와 만난 2007년, 김연아와 인사만 하고 헤어진 2009년보다 더 바쁘다.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드라마 ‘최고의 사랑’, 코미디 ‘웃고 또 웃고’, 음식 프로그램 ‘식신 로드’ 등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을 마쳤지만 영화 ‘가문의 수난’ 일본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최고의 사랑’은 ‘최고의 인질극’이라 할 정도로 강행군이다.


    일중독자는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정말 쉬고 싶은데 좋은 작품 들어오면 또 욕심이 생겨서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과의 인연을 중시한다. 잠 잘 시간조차 없다시피 하지만, 지난 2월 돈벌이가 안 되는 ‘웃고 또 웃고’를 첫 방송부터 함께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한도전’ 출연진이 ‘정주나 안 정주나 늘 정주는 정준하’라고 외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코미디는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거듭해야 그나마 좋은 소재가 발굴되는 어렵고 지치는 작업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에 자신이 없었다”면서도 “시간도 많이 나지 않고 몸도 힘들어서 못한다고 하려고 했으나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정욱 부국장이 나를 처음 발굴해준 분이고 친한 개그맨 (김)경식이가 간곡히 부탁해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욕심과 의지도 작용했다. MC 이휘재(39)의 매니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정준하는 공채 코미디언보다 MBC 개그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작인 MBC TV ‘테마게임’부터 ‘인생극장’, ‘여기는 코미디본부’, ‘오늘은 좋은날’, ‘코미디 하우스’ 등 10여년 간 코미디 프로그램에 쉬지 않고 출연했다.


    여느 출연료의 5분의 1 정도밖에 못 받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떠올라 자퇴는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후배들이 큰 힘이 돼준다고 하니까 빠져버릴 수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은 아니지만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에 와 있다”고 농반진반했다. “정말 힘들 때 한 번씩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책임감도 생기고 개그에 더욱 욕심이 난다. 힘들지만 활력을 찾아가며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나마 출연료도 후배 개그맨들의 밥값과 술값 등으로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 총무가 쏜다’가 매주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후배들은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하느라 매일같이 출근한다. 그런데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 한 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친구가 많다. 교통비에 밥값까지 하다보면 거의 남는 게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후배들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하는 것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MBC TV의 유일한 정통 코미디이지만 제작 여건은 열악하다. 회당 2000만원의 제작비는 다른 예능프로그램 제작비의 반에도 못 미친다. 시청자 참여로 포장됐지만, 네티즌들이 만든 UCC를 코너로 집어넣은 것은 제작비를 어떡해든 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복 출연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반복된다. 그나마 최근 500만원이 올랐다.


    방송시간도 심야다.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시작한다. 마감뉴스와 스포츠뉴스가 다 끝난 뒤에 볼 수 있다. 호평과 입소문에도 불구, 2~3%대 시청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준하는 “아직은 맥을 잇는 생색내기용,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간대에 비하면 정말 많이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헝그리정신 하는데 요즘에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눈도 더 초롱초롱하고 총명하다. 여건이 좋아진다면 좀 더 잘하지 않을까한다”며 아쉬워했다.


    ‘무한도전’을 기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준하는 ‘웃고 또 웃고’ 덕분에 자만을 경계하게 됐다. 신인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무한도전’을 부모, ‘웃고 또 웃고’를 친구에 비유하면서 후자를 탐하고 있다. “부모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인데 친구한테 푹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온 것 같다. 무한도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사람 좋아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일까, 온갖 구설과 논란으로 홍역도 여러차례 치렀다. ‘무한도전’에서 “아니에요”, “억울해요” 등 해명도 자주 해야했다. 왜곡 보도와 부푼 루머로 입은 상처가 많아서인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언론에 대한 반감도 깊다.


    그래서 ‘최고의 사랑’이 통쾌하다. “구애정(공효진)에게 공감을 많이 한다. 내 말이 잘못 전해져 왜곡되고, 악의적인 기사가 나고 말 한 마디 잘못해서 비호감이 되는 현실 등이 특히 그렇다”며 “드라마가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현실을 문제 삼으니 한편으로 대리만족을 느낀다. 억울해도 누구한테 하소연하기 어려운 것이 연예인인데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후배들에게 콩트 연기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웃고또웃고가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고 실험적인 소재들이 계속 생각난다. 열정을 가지고 MBC 코미디언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반응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 본다. 제작 여건도 좋아지고 후배들이 살 길이 열렸으면 한다. 그것이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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