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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 정치평론가)
독일을 보면서 일본을 생각한다.
2005년 독일의 중심부에 세워진 학살된 유태인을 추모하는 비석앞에서 슈뢰더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전쟁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하여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인정합니다” 독일의 최고지도자가 억울하게 희생당한 유태인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바치며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말이었다. 독일은 1994년도 현재시점에서 2차대전의 전범 8만명을 재판에 회부하여 7천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는 역사에 남는 재판을 진행했다.
또한 1956년 연방보상법을 제정하여 피해 보상액으로 1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하기도 했다. 전후배상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끝난 문제에 대하여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독일정부와 기업은 100억마르크 (약 6조원)를 모아서 재단을 설립했다. 2차대전 당시에 정부와 기업에 의해 강제로 징용된 사람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함인 것이다. “기억,책임 그리고 미래” 이것은 전후배상과 관련한 재단의 이름이다. 독일인들이 기억을 하고 책임을 지고 그리고 미래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훌륭한 모습이다.
독일인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를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삼고 유럽전역에서 자행된 범죄에 대하여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악랄했던 나찌즘의 실체를 고발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잇는 것이다. 2006년도에는 프랑스와 공동으로 역사교과서를 편찬하였고 지금은 두 나라의 학생들이 같은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고 있다. 지금 프랑스 국민들의 60%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독일을 꼽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프랑스에게 사죄하였고 프랑스는 독일을 용서함으로써 두 나라의 청소년들은 미래를 함께하는 좋은 이웃으로 커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이 우리나라에 베푼 선의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후복구로 어려운 대한민국에 대하여 경제원조를 해주었고 차관을 공여하기도 하고 광부와 간호사를 받아들여 대한민국의 인력수출의 길을 터 준 나라이기도하다.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면 독일은 우리나라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라이다. 독일의 신나찌즘에 물든 젊은이들이 가끔 뉴스를 장식하기도 하지만 독일의 국민들은 매우 양심이 바르고 정직한 국민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이에 비해서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1910년 조선을 강제로 합병한 일본은 35년간의 식민지지배를 통해서 수탈과 억압의 상징이 되었다. 항일 독립운동가 15만명을 학살하고 만주의 간도지역 조선인 최소 3천5백명을 학살하였다. 일본 관동대지진때는 6천명의 조선인을 죽인 적도 있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끌려간 군인,군속,노무자,위안부만 130만명이 넘고 국내에서는 700만명을 강제 동원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중에 귀국하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죽어간 조선인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들 중에는 A급 전범이 묻혀있는 야스꾸니 신사에 묻혀서 죽어서도 한 서린 영혼들도 있다. 야스꾸니에 묻힌 아버지를 돌려달라는 유족들의 절규를 일본은 무시하고 있다.
이시하라 신따로 도꾜지사는 “일한합방은 한국이 원해서 한 것” 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고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수상은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된 증거가 없다”는 기막힌 소리를 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은 19년째 길거리투쟁을 하면서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본은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를 막고 있다. 그동안 할머니들은 고령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일본은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음으로써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역사왜곡 교과서를 승인하였고 일본법원은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보상 재판에서 39건을 기각한 사례도 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은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우기는 일을 지금까지 줄기차게 하고 있다. 독도는 역사적 고증이나 기록에 의해서 한국의 영토임이 분명한데 일본이 일방적으로 자국영토로 편입시켰다. 씨마네현의 고시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이고 일본의 식민지배하에서 마음대로 독도에 입도하여 바다범의 일종인 강치의 씨를 말리기도 했다. 중국명 다오위다오로 불리는 열도를 센가꾸열도라고 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과 북방 4개섬에 대한 영유권을 러시아에 반환하라는 하고 있다. 다오위다오는 청나라의 영토인 것을 청일전쟁의 승리로 일본이 뺏은 섬이다. 반대로 북방 4개섬은 2차대전 패배로 러시아에 강점을 당한 후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일본의 욕심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자기들이 뺏은 것도 자기네 영토이고 빼앗긴 것도 자기 영토라고 우기니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독도는 일본이 빼앗은 적도 빼앗긴 적도 없는 대한민국이 지배하는 엄연한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범죄행위이다. 앞서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역사를 자신들이 유리한대로 기술하고 후대에 남겨주려는 작태가 민족적으로 매우 파렴치한 범죄인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은 일본이 지난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국민을 살상했던 뚜렷한 흔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하는 자세도 진정성을 한번도 보인 적이 없으며 사과 한마디하고 후속조치가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본정부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잘 알고 있으니 일본에 기만을 당할 염려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일본은 가까운 나라지만 매우 먼 나라일 수 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반감을 일본인들이 한번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처절하게 느껴봐야 우리국민들의 심정을 알게 될 것이다.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가져보려고 마음을 먹다가도 일본의 본심을 알게 되면 그냥 정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1등 국민이 될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3등국민 정도로 봐줘도 과할 것 같다.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일본인과 한 세대 지난 다음에 우리 젊은이들이 진검승부를 한번 해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일본이 진정으로 눈물 흘리면서 사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병익: 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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