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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복 노원구의회 의장)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주민들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동네 생활 불편 사항에서부터 개선이 필요한 불합리한 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자녀 교육과 관련된 문제는 항상 학부모들의 관심사다.
더욱이 노원구는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어서 교육 환경 개선과 관련한 민원이나 의견들이 많다.
얼마 전 한 지역 행사에서 만난 학부모도 그랬다. 4년 전 아이들 장래를 위해 교육 여건이 우수한 중계은행사거리 주변으로 이사를 왔다는 그분도 교육 환경과 관련해 그동안 쌓인 불만을 이야기 했다. 들어보니 20년 넘게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아파트 앞 학교부지에 관한 것이었다. 넓은 공터가 주차장으로만 사용되고 있어 밤에는 으슥하고 미관상 좋지도 않아 개선을 요구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 전 뜻있는 학부모들이 2만 명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시 교육청에 제출하는 등 본래 용도대로 집행할 것을 요구한 적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집행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교육청 입장은 학생들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 학교를 지을 계획이 없으며,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유치는 현 교육 정책상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그 대안으로 서울 도심의 학교를 이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건의 했지만 이것도 학교 이전에 따른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주민 문화공간으로 부지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어떤 정책이나 여건 변화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이다. 이도 저도 모두 안 된다고만 하니 주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바로 옆에 학교가 있고 나무로 둘러싸여 밤에는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워 청소년 탈선 등 우범 지대가 될 우려가 있으니 본래 용도로 사용하던가 아니면 지정을 해제해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달라는 것이다.
다행히 얼마 전 노원구청이 이 부지를 조성 원가에 매입해 보육 등 복지시설이나 공공문화 체육시설로 활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지 매입에 다소 이견은 있지만 구는 구체적인 개발 방안 마련을 위해 주민과 전문가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원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국이 엇비슷하다. 지난 2009년 서울시 교육청이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학교용지로 지정된 서울시내 도시계획시설 부지는 총 90만 4386㎡이다. 10년 ~ 20년 미만이 3만 4393㎡, 20년 ~ 30년 미만이 18만 1620㎡, 30년 이상이 4만 3524㎡ 등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는 모두 25만 9537㎡에 이른다. 일부 부지는 규모가 너무 좁아 학교 건립 자체가 어려운 곳도 있다. 결국 이용 계획도 없는 부지를 도시계획으로 묶어놓아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도 못하는 모순에 빠져있다.
20여 년 전 학교용지로 지정할 당시는 택지 개발로 대단위 아파트가 계속 건설 중이어서 교육수요가 늘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청 말대로 학생수가 감소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관련 기관마다 나름대로 고충은 있겠지만 학교를 건설할 계획도 없다면 학교 용지를 해제하고 문화 체육시설 등 주민들을 위한 쓸모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법도 상식과 목적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 20여 년 전에 이루어진 행위를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재도 예전 방식 그대로 적용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납득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었어도 여건이 변했다면 용도를 폐지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도시계획에 따라 고시한 시설을 말한다. ‘한번 지정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식의 오해를 없애고 땅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관련 기관들의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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