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제26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귀화, 이중국적 선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FIBA 아시아가 주최하는 대회에서는 귀화 선수, 이중국적 선수에 관계없이 1명만 엔트리에 포함할 수 있다. 만 16세 이전에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제외된다.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로 선수들을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하자 FIBA 아시아는 규정을 개정, 이를 막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규정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레바논 측이 카타르 귀화 선수에게 문제가 있다며 이를 조사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은 문제가 없다. 이에 해당되는 선수는 문태종(36·인천 전자랜드) 뿐이고, 이와 관련된 자료도 완벽하게 갖췄다. 이외에는 논란의 여지가 될 선수가 전혀 없다. 전부 '토종'이다.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카타르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11명으로 대표팀을 꾸렸던 카타르에서 출전이 허가된 것은 6명 뿐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5명의 선수가 귀화 또는 이중국적 선수라고 판단, 출전을 불허했다.
그나마 남은 6명 가운데 1명이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할 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
카타르는 조직위의 결정에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지난 15일 고의 실격패라는 웃지 못할 일을 벌였다. 15일 우즈베키스탄과 B조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른 카타르는 선수들이 일부러 파울을 저질러 4명이 5반칙으로 퇴장, 실격패를 기꺼이 떠안았다.
FIBA의 경기 성립 규정에 따르면 한 팀에서 뛰는 선수가 2명이 되어야 한다. 교체할 선수도 없는데 4명이 5반칙으로 퇴장하면서 코트에 남은 선수는 한 명 뿐이었다.
결국 경기는 시작 6분만에 끝났다. 스코어는 27-12. 우즈베키스탄이 앞서가던 상황이었다.
카타르는 16일 이란전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5반칙을 저질러 일찌감치 경기를 끝냈다.
17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카타르는 끝까지 경기를 펼쳤다.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측 고위관계자가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끝까지 경기를 하기는 했지만 경기는 한 편의 코미디나 다름 없었다.
카타르 선수들은 경기를 대충 뛰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만 선수들까지 맥이 빠져 경기는 졸전으로 치달았다.
경기 도중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선수가 다리에 쥐가 나자 코트를 벗어났다. 그 선수가 나가있는 동안 카타르는 4명으로 경기를 했다. 쥐가 났던 선수가 상태가 회복되자 다시 코트로 들어왔다.
필리핀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회 주최측이 국적 문제를 이유로 마르시오 래시터, 크리스토프 러츠의 출전을 불허했다. 조직위 측은 래시터와 러츠가 만 16세 이후에 국적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없다고 우기던 필리핀은 이 둘이 만 16세 이전에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조직위가 필리핀이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해 문제가 없을 경우 래시터, 러츠는 출전할 수 있게 된다. 래시터, 러츠는 우선 조별예선은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국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카타르, 필리핀 모두 8강 토너먼트에 들게 될 후보로 점쳐졌고, 한국에도 쉬운 상대만은 아니었다.
대표팀 사령탑 허재 감독은 "우리로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다 상대 팀의 전력이 약화되는 것이니 유리하다"며 "카타르도 귀화, 이중국적 선수가 다 뛰었다면 어려운 상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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