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은 높았다.
1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홈팀 중국의 벽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4일 오후 9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26회 국제농구연맹(FIBA) 준결승에서 홈팀 중국에 43-56으로 졌다.
3-4위전에서 만나는 필리핀을 반드시 이겨야 내년에 열리는 프레올림픽에 출전해 런던올림픽 출전 티켓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티켓이 1장밖에 없어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야 했다.
이란과의 결선리그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8강 일본전에 결장했던 양동근이 17점을 쓸어담으면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43점이라는 득점에서 알 수 있듯 공격에서 전혀 해법을 찾지 못했다.
특히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던 문태종은 극도로 부진한 모습으로 패배의 원흉이 됐다. 외곽슛의 극심한 침체도 패인이다. 3점슛 20개를 시도했지만 딱 1개 들어갔다.
중국 역시 한국의 타이트한 수비에 막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그나마 안정적인 전력을 앞세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은 8강에서 이란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요르단과 우승을 다툰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기 초반 공격을 풀지 못했다. 서로 수비에 치중했고 잘 들어맞으면서 팽팽하게 균형을 이뤘다.
이 가운데 발목 부상으로 일본과의 8강에 출전하지 않았던 양동근은 적극적인 공격 시도로 6점을 올리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1쿼터에서 중국의 점수를 8점으로 틀어막는 수비를 앞세워 11-8로 앞섰다.
2쿼터도 마찬가지로 수비 위주의 경기가 진행됐다. 양팀 모두 극도로 부진한 야투율로 점수를 거의 올리지 못했다. 시간에 쫓겨 무리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양팀 통틀어 3점슛이 1개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
중국이 전세를 뒤집어 21-19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2점을 역전 당했지만 큰 의미 없는 점수 차였다. 한국은 전반에서 나무랄 구석이 없는 완벽한 수비를 펼쳤지만 공격에서는 지나치게 문태종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쿼터 시작과 함께 중국 쪽 분위기로 흘렀다. 쑨예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연 중국은 공격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기세를 잡았다.
한국은 3쿼터 초반 김주성이 4반칙에 걸렸고 전반에 활발했던 수비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은 순식간에 19-27로 뒤졌지만 양동근이 연속 8점을 올리는 선전으로 점수 차를 다시 좁혔고 겨우 균형을 다시 맞췄다.
허나 김주성에 이어 오세근도 4번째 반칙을 범해 적극적인 수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3쿼터 종료 때 한국은 30-36으로 뒤졌다.
4쿼터 초반 김주성이 5반칙 퇴장 당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중국은 쑨예, 이젠롄, 류웨이가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종료 5분30초 전에 11점(45-34)차까지 벌렸다.
양동근의 3점슛으로 따라붙었지만 중국도 왕즈즈가 3점슛으로 응수했다. 이어 김영환과 양희종의 공격 성공으로 43-48, 다시 5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우려했던 일방적인 편판판정은 거의 없었다. 실력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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